[‘상하이 스캔들’ 파문] 정부 합조단이 풀어야 할 3대 의혹

입력 2011-03-11 21:53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미스터리. 지난 8일 언론 보도로 촉발된 ‘상하이 스캔들’은 여전히 수많은 의혹에 휩싸여 있다. 진상조사를 위한 정부 합동조사단이 이르면 12일 중국 상하이에 도착할 예정이지만 실타래처럼 얽힌 의혹을 제대로 풀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합동조사단이 현지조사에서 풀어야 할 의혹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김정기 전 상하이 총영사가 갖고 있던 정부·여당 정치인 200여명의 전화번호를 중국 여성 덩신밍(鄧新明·33)씨에게 넘긴 사람이 누구인지를 밝혀내야 한다. 현재로서는 덩씨가 김 전 총영사로부터 빼냈거나 김 전 총영사가 덩씨에게 줬을 가능성이 유력하다. 하지만 김 전 총영사의 주장대로 국정원 출신 J부총영사가 덩씨에게 넘겨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 누군가 덩씨 남편 J씨의 이메일을 도용해 허위 정보를 흘리고 있다는 의혹까지 겹쳐져 문제의 전화번호 자료가 애초 덩씨에게 넘어간 게 맞는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이 됐다.

둘째, 덩씨에게 넘어간 자료가 더 있는지와 자료의 사용처를 규명해야 한다. J씨가 제보한 자료는 덩씨의 이동식저장장치(USB) 안에 있었던 자료이기 때문에 추가 자료가 더 있을 수 있다. 덩씨의 한국인 교제 범위는 주재 기업들, 교민사회 등 매우 광범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친분을 맺은 영사들을 이용해 외교부나 법무부, 영사관 등의 내부통신망에 접촉한 정황도 드러나 있다. 그녀의 수중에 있는 한국 관련 정보가 얼마나 되고 그중 기밀정보가 있는지 없는지, 이 자료들이 어디에 사용됐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이번 사건의 성격이 스캔들인지 스파이 사건인지를 판단하는 데 관건이 된다. 만약 기밀 유출 정황이 발견된다면 검찰 수사가 불가피해진다.

셋째, 상하이 총영사관 실태 조사를 통해 이번 사건이 우발적인 것인지, 구조적인 것인지 규명해야 한다. 상하이 총영사관에서 발견된 외교관들의 근무기강 해이, 스캔들, 비자 부정발급, 정보 유출, 파견 직원들 사이 알력 등이 구조적인 문제라면 재외공관 운영시스템을 전면 개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풀어야 할 의혹은 많은데 합동조사단 인력은 9명뿐이고 조사기간도 충분치 않은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진상을 밝혀줄 핵심 인물인 덩씨와 제보자인 J씨의 진술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중국 정부가 합동조사단의 방문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우리 당국은 덩씨 조사를 사실상 포기한 상태다. 또 J씨가 합동조사단의 조사에 순순히 응할지도 알 수 없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