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강타] 우리나라 경제 영향은… 중동사태·남유럽 재정위기 이어 새 악재 우려

입력 2011-03-11 18:26


이웃나라 일본에서 규모 8.9의 초대형 강진이 발생하면서 세계경제뿐 아니라 우리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지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지진 피해가 커질 경우 중동 및 북아프리카 사태, 남유럽 재정위기 조짐 등에 이어 한국경제에 악재가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일본 지진은 곧바로 글로벌 금융시장에 영향을 끼쳤다. 일본 금융시장은 11일 지진 발생 직후 환율이 급등하고 주가가 급락하는 등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다.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83.29엔으로 82.80엔을 기록했던 2월 22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도쿄증시의 닛케이평균주가도 전날보다 179.95포인트(1.72%) 추락했다. 아시아 증시가 대부분 약세로 마감한 가운데 유럽과 미국 주식선물도 하락세를 탔다.

우리나라도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날 일본을 오고가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항공기 및 화물기가 10여대 결항됐다. 현지 국내 기업들의 피해 규모는 미미한 것으로 보이지만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지적이다.

이날 장에는 영향을 못 미쳤지만 내주 금융시장에는 악재가 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우선 환율시장에서 원화는 단기적으로 엔화와 함께 동반 약세가 될 수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자연재해 발생으로 일본경제에 대한 우려가 높으면 엔화가치가 하락하고 이는 안전자산인 달러 강세를 부르기 때문에 원화도 약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증시에도 중동 사태, 남유럽 재정 불안에 이은 악재로 작용하면서 최근 하락장세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자연재해에 따른 피해가 세계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주지는 않았다는 점을 들어 일본 지진 피해 여파가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LG경제연구원 이창선 금융연구실장도 “북한발 악재도 금방 회복됐는데 이웃 나라의 자연재해가 우리 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며 “오히려 복구 수요가 생기면서 해당 지역의 경제가 회복되는 경우가 더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진 피해가 일본의 금융 심장부 도쿄나 주요 생산시설에 큰 타격을 줄 경우에는 얘기가 달라진다.

당장 일본과 우리 사이에 수출입 위축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일본에서 들여오는 수입물품이 차질을 빚으면 우리가 이걸 바탕으로 조립가공해 수출하는 것에도 영향을 주게 되고 공산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물가 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다.

고세욱 권지혜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