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판 뒤집어엎는 ‘꼴찌의 분노’… 오리온스, 동부에 21점차 대승
입력 2011-03-11 22:13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꼴찌를 달리고 있는 만년 하위팀 대구 오리온스가 시즌 막판 강팀들에게 매운 고춧가루를 뿌리고 있다. 치열한 순위 경쟁을 하고 있는 상위권 팀들에게 ‘오리온스표 고춧가루’ 주의보가 내려졌다.
오리온스는 11일 대구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0∼201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원주 동부와의 경기에서 93대 72로 대승했다. 오리온스는 올시즌 팀의 첫번째 3연승을 거뒀을 뿐 아니라 9위 안양 한국인삼공사에 2게임차로 따라붙으며 탈꼴지 가능성을 열어뒀다. 반면 3위 진입을 노리던 동부는 오리온스에 일격을 당하며 남은 경기에 관계없이 4위가 확정됐다.
오리온스는 지난 9일에도 전주 KCC를 87대 83으로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 KCC에게도 이날 패배는 치명적이었다. 4연승을 마감했을 뿐 아니라 2위 인천 전자랜드에 3경기 차로 뒤져 2위 도전의 꿈을 접어야 했다. 2위에 올라서면 플레이오프 4강 직행 티켓을 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오리온스가 무산시킨 것이다. KCC는 또 오리온스전에서 주요 선수들이 부상을 당해 더욱 울상이다. 외국인 선수 에릭 도슨은 1쿼터 도중 골밑슛을 시도하다 왼쪽 어깨 탈골 부상을 입었다. 군 복무를 마치고 2년 만에 돌아온 가드 신명호도 골밑 돌파를 하다 왼쪽 발목 인대를 다쳐 당분간 코트에 나설 수 없게 됐다.
서울 삼성과 창원 LG가 치열하게 다투고 있는 5·6위 싸움의 키도 오리온스가 쥐고 있다. 오리온스는 앞으로 인삼공사, LG, 삼성과의 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삼성과 LG의 승차는 1게임에 불과하다. 오리온스가 이 두 팀 중 한 팀에 고춧가루를 뿌리면 곧바로 순위가 결정되는 상황이다. 오리온스 선수들도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오리온스 관계자는 “끝까지 최선을 다해 1승이라도 더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우리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에 대한 예의”라고 말했다.
울산 모비스는 더블더블(15득점, 15리바운드)을 기록한 켄트렐 그렌스베리의 활약으로 인삼공사를 65대 57로 물리치고 사실상 8위 자리를 굳혔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