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몇 명이 모여 무슨 행태인가”… 김준규 검찰총장 “사법제도 근간 흔들다니” 격한 반응

입력 2011-03-11 21:51


검찰은 11일 김준규 검찰총장이 직접 전국 고검장회의를 소집해 국회사법개혁특별위원회 6인소위가 마련한 법조개혁안에 대한 일선 검찰의 의견을 듣는 등 본격 대응에 나섰다.

김 총장은 오후 5시 차동민 서울고검장을 비롯해 한상대 서울중앙지검장, 노환균 대구고검장 등 일선 고검장이 모두 참석해 법조개혁안에 대해 심도있는 대응책을 논의했다.

회의에 참석한 한 고검장은 “일선 검사의 불만 사항을 그대로 총장님에게 전달했다”며 “대형 부패사건을 하지 말라는 정치권의 논의는 불합리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한찬식 대검 대변인은 회의 뒤 “소위 합의안을 심도있게 논의했으며 검찰은 공론화된 장을 통해 국민의 입장에서 바람직한 검찰을 만들어 나가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김 총장은 오전 전국 고검장회 소집을 지시하면서 “정치인 몇 명이 모여 사법제도 근간을 뒤흔드는 이런 안을 내놓는 게 무슨 행태냐”며 격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치권에서 법원보다 검찰이 더 반발한다는 반응을 보인다는데 이 상황에서 우리가 더 잃을 게 뭐가 있느냐”며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에 참석한 대검 간부들도 법조개혁안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향후 사개특위 전체회의 논의과정을 지켜본 뒤 또 다른 대응방안을 모색키로 했다.

평소 과묵한 성격으로 말이 없던 김홍일 대검 중수부장은 회의에서 불쾌한 감정을 여과없이 쏟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대검 중수부는 중수부 폐지가 갖는 불합리성을 지적하기 위해 1981년 중수부가 만들어진 뒤 수사한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부정축재 사건(1995년), 국세청 동원 불법대선자금 모금사건(1998년), 현대자동차 비자금 사건(2006년) 등 대형 부정부패 사건목록을 공개하며 여론몰이도 시작했다. 검찰은 다만 정치권의 논의에 지나치게 저항하는 것으로 보일 경우 자칫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정치권의 논의에 강한 표현을 동원한 것은 우리 쪽 얘기도 들어달라는 의사표현”이라며 “바람직한 법조개혁안을 만들고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사용한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검찰은 우선 사개특위 전체회의 논의방향을 지켜본 뒤 위원과 1대 1 개별접촉 등을 통해 검찰 측 입장을 설명한다는 생각이다.

검찰은 법조개혁안에 경찰의 수사개시권 부여와 복종의무삭제 조항 등이 포함될 것으로 전혀 예상하지 못해 더 큰 충격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이제훈 노석조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