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강타] 日 여야, 대지진 참사에 정쟁중단 합의

입력 2011-03-12 00:50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가 외국인인 재일 한국인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퇴진 위기에 몰렸다. 간 총리는 11일 자신의 정치자금관리단체가 재일 한국인에게 정치헌금을 받긴 했지만 돈을 낸 사람이 재일 한국인이라는 사실은 몰랐다며 총리직 사임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마에하라 세이지(前原司) 전 외무장관에 이어 불과 며칠 만에 현직 총리까지 외국인 정치헌금에 발목이 잡히자 재일 한국인 차별 문제가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재일 한국인 정치헌금에 잇달아 발목 잡혀=아사히신문은 이날 간 총리의 정치자금관리단체가 옛 요코하마상은신용조합(현 중앙상은신용조합)의 비상임이사였던 재일 한국인 남성(52)으로부터 2006년 100만엔, 2009년 3월 2만엔, 2009년 8월 1만엔을 각각 받았고, 2009년 8·30 총선으로 민주당이 집권한 뒤인 11월 간 총리가 부총리 겸 국가전략담당상이었을 때 1만엔을 추가로 받았다고 폭로했다.

네 차례에 걸쳐 받은 104만엔(약 1400만원) 모두 헌금자 이름은 일본명으로 기재됐고 직업은 회사 임원으로 돼 있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이 남성은 현재 도쿄시내에서 빠찡꼬를 운영하는 회사의 대표이사로 근무하고 있다.

간 총리는 정적인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간사장의 정치자금 의혹을 비난해 왔던 터라 이번 일로 치명적인 곤경에 빠졌다. 하지만 일본 정치권은 도호쿠 대지진으로 정쟁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간 총리가 한숨을 돌리게 됐다. 하지만 더욱 거세질 오자와 그룹과 야권의 총공세를 어떻게 헤쳐 나갈지 주목된다.

◇재일 한국인 참정권 제한 언제까지=정치자금규정법은 외국의 정치 개입을 막는다는 명분을 내세워 외국인 정치헌금을 금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에서 태어나 수십년간 일본에서 살면서 납세 의무를 다하고 있는 재일 한국인의 정치헌금을 문제시하는 건 차별 대우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따라서 비합리적인 정치자금규정법 개정 여론이 높아질 전망이다. 외국인이 일본 이름으로 정치헌금을 하면 국적 확인이 어려운데다 온라인을 통한 정치헌금의 경우 더더욱 국적을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관방장관은 마에하라 외무장관이 사임한 뒤인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현행 정치자금규정법에 대한 개정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번 일로 일본 정계에서 외국인 정치헌금에 대한 마녀사냥이 확산될 경우 정치권 전반이 커다란 혼란에 빠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장기간 집권했던 자민당 쪽에도 외국인 정치자금이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원교 기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