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리비아 대사관과 관계 중단”… 3월 15∼17일 이집트·튀니지 방문 반정부 지도자 면담
입력 2011-03-11 17:52
리비아 사태 대응과 관련한 미국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리비아 내전에선 카다피 측 정부군이 다소 우위를 보이는 양상이다.
◇바빠진 미국 행보=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10일(현지시간) 미 하원 세출위원회의 국무부 예산 관련 청문회에 출석해 리비아 대사관과 관계 중단 방침을 밝혔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클린턴은 15∼17일 이집트와 튀니지를 방문해 리비아 반정부세력 지도자와 만날 계획이다. 미 행정부 각료급 인사의 북아프리카 방문은 튀니지·이집트의 민주화 시위 국면 이후 처음이다.
클린턴 장관은 리비아 상공 비행금지구역 설정 계획안이 15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제출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브뤼셀에서 열린 국방장관회의에서 “새로운 유엔 안보리 결의안이 있어야 군사 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아프리카연합(AU)은 “국제사회의 군사 개입 방안을 거부한다”며 “지도자 5명으로 구성된 위원회를 리비아에 보내 교전을 종식시키겠다”고 말했다.
◇리비아 정부군 우위=전투가 격렬했던 중부 원유수출도시 라스 라누프에선 반정부 세력이 카다피군에 밀려 동부 벵가지 방향으로 퇴각했다.
카다피 차남인 사이프 알 이슬람은 영국 BBC방송 등과의 인터뷰에서 “반정부 세력에 대한 전면적 공격에 착수했다”고 선언했다. 카다피는 반정부 세력의 국가위원회를 ‘합법적 대표’로 인정한 프랑스와 단교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현지 관영 자나통신이 보도했다.
유엔은 지금까지 육로를 통해 리비아를 탈출한 난민이 25만명 이상이라고 밝혔다.
◇“장기적으론 카다피 우세”=사태 전망을 두고 미국 백악관과 국가정보국 사이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이 나타났다.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장(DNI)은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장기적으로 현 리비아 정권이 우세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클래퍼 국장은 “지금은 카다피가 쭈그려 앉아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리에서 물러날 어떤 징후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자 백악관은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요청해 클래퍼의 언급을 반박했다. 톰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클래퍼의 분석은 정적(靜的)이고 일차원적”이라면서 “현 리비아 사태는 무기의 종류와 숫자만을 보는 견해를 넘어서야 다양한 그림을 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