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밥상 차리면 아내는 감동 먹겠죠”… 화이트데이 특별한 선물 준비하는 최서우씨

입력 2011-03-11 17:41


“장모님, 냉이는 어떻게 씻나요.” “장모님, 얼마나 끓여야 되지요.” “장모님….”

결혼 3년차 최서우(35)씨는 요즘 며칠째 처가로 퇴근하고 있다. 장모에게 냉이된장국 끓이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다. 냉이된장국을 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끓이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라니 무슨 속사정이 있는 걸까?

“화이트데이 때 아내에게 밥상을 차려주려고요. 생선구이는 광파오븐으로 쉽게 할 수 있는데, 국이 문제더라고요.”

라면 끓여본 게 요리 경력의 전부라는 최씨가 밥상 차리기에 도전한 것은 한 설문조사가 빌미가 됐다. 홍보기획사에 다니고 있는 최씨의 아내 조윤정(35)씨가 지난 주말 “딱 내 마음 같다”면서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화이트데이를 앞두고 조씨가 다니는 회사가 20∼40대 맞벌이 주부 100명을 대상으로 ‘화이트데이 때 가장받고 싶은 선물’을 조사한 결과였다. 1위는 ‘남편이 차려준 정성이 담긴 밥상(19%)’, 2위는 ‘마음이 담긴 편지’(17%), 3위는 현금(16%)이 차지했다. 꽃(5%)과 ‘근사한 곳에서의 로맨틱한 저녁’(4%)은 꼴찌에서 1,2위였다.

그날 이후 아침저녁으로 “그 설문조사 재미있지?” “어쩜 내 마음하고 똑같아!” 등등 수시로 옆구리를 찔러대는 아내에게 손을 들고 말았다는 최씨. 아내가 좋아하는 생선구이와 국을 준비하기로 작정하고 한동네 사는 장모에게 ‘SOS’를 보냈다.

딸을 위해 요리를 배우겠다는 사위가 기특한 장모는 기꺼이 요리강사로 나섰다. 최씨의 장모 주옥담(62)씨는 “다시국물 만드는 법과 된장을 얼마큼 넣어야 하는지 등을 꼼꼼히 알려주고 있다”면서 사위가 영리해 잘 배우고 있다고 자랑했다.

최씨는 “이번에 잘 배워뒀다 어버이날 양가 어른들께 근사한 식사대접을 하겠다”면서 바글바글 끓인 냉잇국을 한 수저 떠서 주씨에게 건넸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