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아카데미 장편제작연구과정 성과… 3기생들 작품 잇따라 개봉

입력 2011-03-11 17:41


한국영화아카데미 장편제작연구과정의 성과가 놀랍다. 3일 개봉한 윤성현 감독 신작 ‘파수꾼’을 필두로 17일 개봉하는 ‘짐승의 끝’(사진), ‘간증’, ‘심도’, ‘집’ 등이 모두 이 프로그램 3기생들의 작품이다.

미숙하기에 치명적인 청춘의 면모를 그지없이 드러낸 영화 ‘파수꾼’은 이미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최고의 데뷔작’이란 찬사를 받는 작품이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뉴커런츠상을 수상하며 일약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제훈 서준영 박정민 등 이 작품에 출연한 세 신인배우도 이례적으로 관심 받고 있다. 나머지 작품들도 ‘파수꾼’ 못지않다.

조성희 감독의 ‘짐승의 끝’은 전기가 끊기고 세상이 이상해진 하루와 맞부딪친 여자 순영의 이야기다. 박해일이 남자주인공 ‘야구모자’ 역을 맡았다. 순영은 우연히 택시에 합승한 남자에게 라이터와 돈을 빌려준다. 남자는 ‘하늘에서 천사가 내려올 것’이라며 카운트다운을 시작한다. 그러더니 거짓말처럼 택시가 멈춰버렸다. 그리고 맞부딪치는 이상한 상황에서 걸려오는 남자의 전화…. 지난해 밴쿠버국제영화제와 올해 로테르담국제영화제 진출작이기도 하다.

박수민 감독의 작품 ‘간증’의 주제는 묵직하다. 신에게서 용서받았다고 믿는 죄지은 인간을 바라보는 고통스러운 시선은 이창동 감독 영화 ‘밀양’의 그것과 다소 닮아 있다. 고문기술자와 고문 경찰, 살인범이 대결 구도를 빚으며 ‘용서’라는 화두가 과연 어디까지, 누구에게 허용되어야 하는지 묻는다.

한국영화아카데미와 동경예대 영상대학원이 공동제작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심도’는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한 사진작가 배환이 갑작스럽게 류를 만나며 겪는 일을 그린 작품이다. 순간을 영원히 간직하거나 과거를 드러내는 수단인 사진을 매개로 두 남자가 겪는 아슬아슬한 감정을 그려냈다. 박미선 감독의 애니메이션 ‘집’은 허물어질 예정인 옥탑방을 배경으로 재개발 문제에 대한 사회적인 성찰을 담아낸 작품이다. 섬세하고 창조적인 캐릭터는 덤이다.

박해일 김민준 김꽃비 등 나름대로 호화 캐스팅이지만 이 영화들은 모두 순제작비 5300만∼1억5000만원 정도의 저예산으로 제작됐다. 상영관이 적은 건 이런 종류의 영화들을 보기 위해 으레 감수해야 하는 것이지만 흠이라면 흠이다. 17일 서울 대학로 CGV영화관에서, 24일에는 부산 서면 CGV영화관에서 개봉한다.

양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