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여 성상 노송, 고요한 달빛 머금었다… 목탄 작가 이재삼 ‘달빛을 받다’ 展

입력 2011-03-11 17:52


목탄으로 대나무와 매화를 그려 국내외에서 주목받은 이재삼(51) 작가가 이번에는 소나무에 관심을 두었다. 경남 합천의 송림, 지리산의 천년송, 경북 영양의 만지송 등 300년 이상을 버텨 온 소나무를 찾아 최근 2년여 동안 여행을 떠났다. 한국인의 노래가 ‘아리랑’이라면 한국인의 나무는 ‘소나무’라는 생각에서다. 그리고 역사와 시간의 희로애락이 배어있는 소나무를 화면에 옮겼다.

그 결과물을 서울 통의동 아트사이드 갤러리에서 4월 3일까지 선보인다. 전시 제목은 ‘달빛을 받다’로 달빛이 흐르는 소나무와 폭포 그림 등 20여점을 걸었다.

그는 “소나무가 보편적인 소재인데다 배병우 작가의 소나무 사진이 워낙 유명해서 ‘짝퉁’이라는 얘길 들을까봐 한동안 망설였다”면서 “그러나 소재는 같지만 달빛을 다루는 거니까 괜찮겠다 싶었다”고 소재 선택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시원스레 그린 대작 위주의 전시작들을 보면 막상 달은 잘 보이지 않는다. “달을 직접 그리지 않고 달빛을 받은 소나무를 그리는 것이 달의 이미지를 더 잘 표현할 수 있습니다. 달은 온전한 형태보다는 물 위에 뜬 달, 가지에 걸린 달, 구름에 가려진 달이 더 멋있거든요. 어머니의 정화수 같고, 그리운 님 같은 달빛은 한국인만의 문화적 유전자가 함축된 것이 아닐까 싶어요.”

작가는 달빛의 색채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재료는 목탄의 흑빛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목탄은 단순한 그림 재료가 아니라 나무를 태워 숲을 환생시키는 것으로, ‘검은 공간’ 그 자체를 상징하는 대상이라고 말한다. “사실 목탄은 뭉개지기 쉽고 가루가 많이 날려 데생이면 모를까 회화의 재료로는 금기로 여겨지는데 2년여간 나름대로 비법을 발명해 뭉개지지 않도록 만들었습니다.”

가로 길이 5m가 넘는 대작 소나무 그림은 캔버스에 목탄으로만 그려졌음에도 그리 어둡지는 않다. 캔버스의 중심을 채우는 은은한 달빛 때문이다. 그림은 한국화처럼 보이지만 그는 서양화를 전공했다. 동·서양화로 나누는 방식이 아니라 한국적인 심성이 담긴 ‘회화’라고 강조한다. 작가는 “그림이 마음에 와 닿으면 가까이 다가가게 된다”면서 자신의 작품이 관람객들을 바짝 끌어당겼으면 좋겠다고 했다(02-725-1020).

글·사진=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