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독도는 한국땅’ 소신 편 日 의원의 수난

입력 2011-03-11 17:49

일본이 독도 영유권 주장을 중단해야 한다는 내용의 한·일 공동선언문에 서명한 일본의 여당 중진 의원이 일본 우익 세력의 공격에 밀려 사과하는 일이 벌어졌다. 일본 민주당 도이 류이치 중의원 의원은 지난달 27일 한·일 기독의원연맹 일본 측 대표 자격으로 방한해 공동선언문에 서명했다. 뒤늦게 안 일본 산케이신문과 계열사 후지 TV가 9일과 10일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도이 의원 측에 우익 세력의 항의와 협박이 쇄도했다. 야당인 자민당은 도이 의원이 간 나오토 총리의 측근인 점을 노려 정치 쟁점으로 만들려 했다. 결국 도이 의원은 사과하고 국회직과 당직에서 물러났다.

일본인 중에는 독도가 일본 땅이 아님을 당연한 사실로 인정하는 양식 있는 인사들이 적지 않다. 독도가 한국 땅임을 사료를 통해 입증한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가 대표적인 경우로 아예 한국으로 귀화했다. 도이 의원이 공동성명에 서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을 것이다.

일제 강점기 서울에서 태어난 도이 의원은 일본의 어느 정치인보다도 한·일 화해와 우호 관계를 위해 노력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기독교 인구가 적은 일본에서 보기 드물게 목사 출신으로 7선을 한 중진 정치인으로서 한·일 기독교 의원 외교에 기둥 같은 역할을 해왔다. 이런 양식 있는 정치인이 자신의 소신 때문에 우익 세력으로부터 핍박을 받는 일본의 현실이 안쓰럽다.

도이 의원은 문맥을 충분히 살피지 못해서 생긴 일이라고 해명했다. 간 총리도 이 일과 관련해 독도가 일본령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마에하라 세이지 외상이 재일 한국인으로부터 소액 정치자금을 받은 게 문제가 돼 며칠 전 사임한 뒤 간 총리 자신도 똑같은 문제가 드러나 야당으로부터 사임 요구를 받고 있다. 도이 의원의 사과와 번의는 정권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고육책으로 이해한다.

이번 일로 도이 의원의 정치 활동이나 한·일 기독의원연맹 활동이 위축돼서는 안 될 터이다. 일본의 주요 언론들이 이 일을 차분하게 다루고 있는 것도 한·일 관계의 성숙을 알리는 한 지표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