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외교 관례까지 깨는 정부 비판 온당한가
입력 2011-03-11 17:51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 대사와 비공개 오찬에서 한·미 양국 대통령을 대놓고 비판한 발언을 배석자가 공개해 외교적 관례를 무시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손 대표가 그 같은 발언을 한 것은 양국 정부의 대북정책 때문이다. “이명박 정권의 대북 강경책이 작금 한반도 긴장 고조의 주원인”이고 “오바마 정권이 이런 대북정책을 묵인하거나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보여 상당히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야당 대표가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는 것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외국 대사와 비공개로 나눈 대화를 공개하면서까지 그러는 게 옳은가? 더욱이 손 대표가 “앞으로 미국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해 달라”고 말한 것은 미국의 정책 수정을 요구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한국 정부가 대북정책 방향을 바꾸도록 미국이 압력을 넣어 달라는 주문으로 보이기 십상이어서 영 껄끄럽다.
사실 민주당이 외교적 결례를 한 사례는 불과 얼마 전에도 있었다. 지난해 10월 박지원 원내대표는 2009년 5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과 만났을 당시 시 부주석이 “이명박 정부는 한반도 평화의 훼방꾼”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중국은 공식적으로 이를 부인했고, 정부는 외교적 결례를 야기한 데 따른 유감의 뜻을 중국 정부에 전달해야 했다. 이 때도 박 원내대표의 외교적 결례 이유는 정부의 대북정책이었다.
민주당이 이토록 무리하게 정부의 대북정책을 반대하지만 그것은 현 정부에 대한 무조건적 반대이거나 친북·종북세력 결집을 노린 정략일 공산이 크다. 손 대표는 스티븐스 대사에게 “대북 강경책으로 인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에 문제가 생기고, 물론 북한이 잘못했지만 연평도 사태와 같은 불행한 일이 생겼다“고 했다. 그렇다면 무고한 관광객이 사살되고, 군함이 격침되고, 무차별 포격으로 민간인이 죽어나가는데 아무 일도 아닌 듯 교류 협력 지원을 계속하란 말인가? 민주당은 본말이 전도된 이런 인식을 고치지 않는 한 폭넓은 국민 지지를 받기는 무망함을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