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산본양문교회 정영교 목사] 소·통·목·회

입력 2011-03-11 17:31


소(小)-작지만 강한교회

통(通)-지역사회와 소통

목(牧)-문턱없는 목회자

회(回)-회교권까지 선교


산본양문교회 정영교(53) 목사는 ‘스마일 아저씨’ ‘부드러운 남자’ 등으로 불린다. 교인들이 목회자에 대해 거리나 벽을 느끼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이 말을 하면 혹시 목사님 얼굴이 붉어지거나 굳어지지 않을까, 끝까지 내 말을 경청해 주실까’ 등과 같은 염려가 없다는 얘기다. 아니나 다를까. 9일 산본양문교회 부곡성전에서 만난 정 목사는 이웃집 형 같았다. 시종 진지하면서도 웃는 얼굴이었다.

“원래 공대를 졸업한 뒤 좋은 직장에 취직해 평범한 크리스천으로 살아가는 게 꿈이었어요. 그러다가 하나님의 전적인 인도로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에 진학했습니다. 저 같은 무지렁이도 하나님이 쓰시겠다는 데 감격할 뿐입니다.”

그는 가난한 전도사 시절 척추결핵으로 사경을 헤매기도 했다. “‘정말 이렇게 죽어가는구나’ 생각했어요. 더 이상 내려갈 바닥이 없다고 여길 때 하나님은 저를 다시 만나주셨어요. 어떤 고난에도 하나님만 붙들고 굴하지 않게 하기 위한 담금질 과정이었습니다.” 서울양문교회 부목사를 거쳐 1993년 산본양문교회를 개척하고 시련이 닥칠 때마다 당시를 떠올리며 사명을 재확인한다고 했다.

정 목사는 ‘소(小)·통(通)·목(牧)·회(回)’를 평생의 과제로 삼고 있다. 작지만 강한 ‘소강(小强)’교회, 교인들의 언행심사를 통한 지역사회와 주민 돌보기, 언제나 목회자를 만날 수 있는 전천후 목양 시스템 구축, 중국을 넘어 회교(이슬람)권까지 지속가능한 선교 추진 등이 ‘소·통·목·회’의 근본정신이다. 목회 성공이 아닌 하나님 앞에서 겸손과 인내로 살아가는 ‘호흡이 긴’ 사역자로 살겠다는 결단인 셈이다.

“하나님께만 칭찬받는 목회자가 되고 싶습니다. 훗날 많은 사람들이 저에 대해 수천 명을 이끈 자가 아닌 찰스 스펄전, 로버트 맥체인 목사님처럼 작은 교회를 목회했지만 세상에 거룩한 영향력을 끼쳤던 이로 기억해 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정 목사는 한국교회의 위기가 살아 있는 예배의 실종에서 비롯됐다고 했다. 신령과 진정으로 예배를 드리고 열정과 생명력 넘치는 영성을 갖는 것은 설교자는 물론 모든 교인들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예배의 영성은 교회와 지역사회 간 문턱을 점차 낮아지게 해 주민 중 일부가 교회로 발걸음을 돌리게 되고 생명 공동체인 교회로 인해 지역사회의 행복지수가 높아지게 된다고 부연했다. 목회란 잃어버린 영혼을 찾아 예수님의 제자가 되게 한 뒤 전도와 선교에 모든 역량을 쏟아 넣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회가 살아 있다는 증거를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겠죠. 저는 살아 있음을 전도와 선교의 집중이라고 정의해요. 그러면서 다음 세대의 샘터인 주일학교를 집중 육성하는 거라고 봅니다.”

그는 “미래 세대가 없는 교회는 박물관 교회가 되는 첩경”이라며 “세상이 날로 악해져 가는데 다음 세대를 책임져야 할 교회는 하나님 말씀을 철저하게 전수하는 데 실패하고 명예와 탐욕의 샘물이 되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또한 교회가 세상으로부터 비판받는 것은 목회자를 비롯한 기독교인들이 거룩한 삶을 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시대는 성경공부를 많이 한 기독교인들이 아닌 가정과 학교, 직장에서 거룩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소금과 같은 인물들을 찾고 있다고 했다. “100여년 전 믿음의 선배들에 비해 우리의 지식은 많아졌는데 삶의 콘텐츠는 선배들에 비해 빈약합니다. 한국교회가 시대의 희망이 되기 위해선 거룩성을 되찾아야 합니다. 교회가 세상을 윽박질러 인정받으려 하면 오히려 비난만 있을 뿐입니다.”

정 목사는 성전을 두 곳(산본성전, 부곡성전)에 둔 것은 지역사회를 책임지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저희 형편에 성전이 2개라는 건 무리입니다. 더 큰 성전을 지었다고 원래 교회가 있던 곳에서 떠난다는 것은 무책임한 것 아닌가요. 힘에 부쳐도 두 성전에서 청소년문화센터와 노인복지센터 등을 통해 지역사회와의 끈을 놓지 않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군포=함태경 기자 zhuanji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