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강현 석유협회장 연임 추인 총회 개최 직전 무산

입력 2011-03-10 22:12


대한석유협회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당초 석유협회는 지난달 22일 정기총회를 열고 2009년 취임한 오강현(사진) 회장의 연임을 추인하려 했다. 이미 내부적으로 연임이 결정돼 오 회장은 이런 저런 자리에서 축하 박수까지 받은 상태였다. 하지만 총회는 개회 몇 시간 전에 갑자기 취소됐고 현재까지도 총회 일자를 못 잡고 있다.

업계에선 오 회장이 정부에 밉보였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오 회장이 총회 하루 전인 지난달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정부의 기름값 인하 요구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며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 화근이 됐다는 것이다. 이 자리에서 오 회장은 “우리나라 유류 가격은 높지 않다. 비싸다는 것은 통계의 여러 요인을 제대로 못 본 것”이라고 말했다. 정유업계의 기름값 인하를 주장했던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의 발언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을 못 내리겠다는 오 회장의 발언에 여러 부처들이 발끈한 것으로 안다”며 “총회가 연기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급기관인 지경부 관계자는 “민간 협회의 회장은 민간에서 결정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관여할 일도 아니고 관여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석유협회 측은 “최근 리비아 사태가 터지고 두바이유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는 등 업계 현안이 많다 보니 총회 일정을 잡지 못한 것일 뿐”이라며 말을 아꼈다.

오 회장은 행정고시 합격 후 산업자원부 차관보, 특허청장 등을 지낸 관료 출신이지만 2005년 가스공사 사장 시절 정부의 해임 조치에 반발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노조의 정부정책 반대집회를 묵과했다는 등의 이유로 주주총회를 통해 해임했으나 그는 대법원까지 가는 4년 동안의 법정 싸움 끝에 해임 무효 판결을 받아냈다.

석유협회는 정유업계 입장을 대변하는 단체로 현재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4대 메이저 정유사를 회원사로 두고 있다. 2년 임기의 회장직은 그동안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들이 맡아왔다. 업계에서는 정부 방침에 맞선 오 회장의 용기를 인정하는 시각이 있는 반면, 소비자들이 고유가로 고통받고 있는데 정유업계의 이익만 대변한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김도훈 기자 kinch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