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지주 회장 강만수 내정됐는데, 김석동 “연봉 더 드려야”… 실세 회장 챙기기?
입력 2011-03-10 22:06
금융계 안팎 “공공기관장 보수 감축안 역행”
산업은행 민영화·구조개혁 작업 탄력받을 듯
신한·우리금융 등 민간 금융지주회사의 회장 후보로 오르내렸던 강만수 대통령 경제특보 겸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이 결국 국책 금융기관인 산은금융지주 회장 자리를 꿰찼다. 하지만 내정되자마자 금융위원장이 ‘강 내정자의 연봉을 올리겠다’며 특정 개인을 위해 현 정부 들어 결정한 금융 공공기관장 보수 감축안을 백지화하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다 장관급인 금융위원장 밑에 같은 장관급인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 출신이 내정돼 격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금융정책의 효율성과 위계가 서겠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세 회장은 연봉부터?=금융위원회는 10일 강 위원장을 차기 산은지주 회장으로 임명 제청했으며, 곧 대통령 임명 절차를 거쳐 취임하게 된다고 밝혔다. 강 내정자는 앞으로 산업은행장을 겸하게 된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산은지주 회장이 아무리 명예가 있다 해도 민간 금융회사와 경쟁하는 이상 연봉 인상이 필요하다”면서 “더 드리는 게 맞다. 협의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2008년 초 현 정부 들어 ‘신의 직장’ 논란을 불식시킨다며 금융 공공기관장의 보수를 대폭 삭감했는데, 강 내정자 때문에 이를 백지화하는 것이냐는 비판이 금융계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김 위원장이 농협경제연구소장으로 재직하며 ‘연봉 특별대접’을 받은 경험을 강 내정자에게 다시 적용하는 것이라는 혹평도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이 소장으로 근무했던 농협중앙회 산하 농협경제연구소는 2008년 그의 취임에 맞춰 소장 연봉을 316% 인상, 최대 6억원까지 지급토록 했다가 그가 퇴임한 뒤 원상복귀시켰다.
산은지주 회장은 2009년 기준으로 기본급 1억6000만원, 성과급 3억원 등 모두 4억6000만원(2009년 기준)을 받았다. 10억원이 넘는 민간금융지주 회장의 절반은 안 되지만 같은 산하기관인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정책금융공사, 예금보험공사 사장과 기본급은 같고 성과급까지 합할 경우 오히려 산은 회장이 같은 해 2억8000만∼3억여원을 더 받았다.
◇강 내정자의 과제는=‘실세 회장’이 오면서 당장 산업은행의 민영화가 탄력받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은 “산은지주의 가장 큰 현안은 민영화와 구조개혁”이라며 “믿고 통으로 맡길 거물이 차기 회장으로 필요했다”고 말했다.
현행 산업은행법에 따르면 2014년 5월까지는 산은의 최초 지분 매각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른 민간 금융회사와 경쟁할 수 있도록 구조를 개혁해 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이 급선무다. 그러나 산은은 미국 리먼 브러더스, 태국 시암시티은행 등 해외 인수·합병(M&A)에 모두 실패했고, 수익성과 경영 건전성도 시중 은행들에는 턱없이 뒤처지는 상황이다.
강 내정자가 우리금융 인수 등 ‘깜짝’ 행보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우리금융과 산은지주는 서로 보완적인 수익구조를 가지고 있어 체질개선 및 민영화에 유리한 입장을 점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