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家 시숙·제수 화해의 악수… 정주영 10주기 앞두고 사진전

입력 2011-03-11 00:37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화해의 악수를 했다.

오는 21일 아산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10주기를 앞두고 10일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추모 사진전에 범현대가문이 한자리에 모였다. 정 회장과 현 회장을 비롯해 정몽근 현대백화점 명예회장, 정몽준 의원(현대중공업그룹 최대주주) 등 범현대가(家) 가족들이 대부분 참석했다. 정 회장과 현 회장은 현대건설 인수를 둘러싼 갈등이 벌어진 이후 이날 처음 만났다.

현 회장이 정 회장보다 약 20분 늦게 도착, 사진전 개막식 내내 시숙인 정 회장과 인사를 나누지 못하면서 처음엔 냉랭한 분위기가 흘렀다. 하지만 개막식이 끝날 무렵 현 회장은 기다렸다는 듯 정 회장에게 다가갔고 정 회장은 “제수랑은 원래 악수하는 거 아니지”라면서도 “그래 악수 한번 하지”라며 악수를 청했다. 정 회장은 호탕하게 웃었고 이에 현 회장도 손을 내밀면서 두 사람은 손을 맞잡았다.

정 회장은 현 회장과의 악수가 화해의 의미로 해석해도 되느냐는 질문에 “그냥 악수하는 것이지, 그게 화해지”라고 말했다. 정 회장의 이 발언은 현 회장의 의사가 어떻든 자신은 이미 앙금을 털어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정 회장은 또 기자들이 현대건설이 보유한 7.75%의 현대상선 지분을 매각할 것인지 묻자 “서로가 잘돼야지. 유치하게 그런거 안해”라고 말했다. 그는 개막식에 이어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회의에서도 이같은 입장을 반복했다. 지분을 이용해 현대그룹의 경영권을 위협하는 등의 행동은 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정몽준 의원도 두 분이 화해를 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잘 해결될 것으로 안다. 잘 해결되지 않았나요?”라며 되묻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은 “정 회장의 발언은 현대건설의 현대상선 지분을 이용해 현대그룹의 경영권을 위협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정 회장과 현 회장의 만남을 두고 두 그룹 간 화해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두 사람은 정 명예회장의 10주기를 맞아 14일 열리는 추모 음악회와 21일 기일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당분간 계속 얼굴을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한편 정 명예회장 추모 사진전은 21일까지 계속된다. 정 명예회장과 함께 근무한 이명박 대통령

은 ‘마음에 그리움을 담아…’라는 내용이 적힌 화분을 보냈다.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정 명예회장은 시대의 거인이었다”면서 “오늘날 젊은이들에게도 그분의 뜻을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정욱 기자 jw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