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개혁안 충돌] 檢 “중수부 폐지는 손발 다 자르자는 것” 강력 반발
입력 2011-03-10 22:02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6인소위원회는 10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 등을 담은 법조개혁안을 발표하면서 역대 정권이 하지 못한 안을 만들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당사자인 검찰은 거악(巨惡) 척결의 심장부인 대검 중수부 폐지는 ‘검찰의 손발을 자르는 것과 같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검찰과 법원이 있는 서울 서초동은 그야말로 폭탄을 맞은 듯 경악하는 분위기였다. 특히 검찰은 개혁안을 만들면서 당사자의 의견도 들어보지 않고 밀실에서 만든 ‘야합 법안’이라는 가시 돋친 비난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오전 9시 긴급간부회의를 소집한 김준규 검찰총장은 매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고 검찰 관계자는 전했다. 이용훈 대법원장 역시 국회의 움직임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당혹스러워했다고 한다.
검찰은 오후에 발표한 성명에서 소위가 만든 안 모두를 부정했다. 특별수사청 설치는 물론이고 대검 중수부 폐지, 경찰 수사개시권 부여 등 어느 하나 받아들일 게 없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중수부 폐지는 대형 부정부패 사건과 관련한 검찰의 기능을 무장해제하자는 것으로 국회의원이 자신의 비리 수사를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중수부 역할이 고위 공직자, 정치권, 재벌기업 등과 관련된 대형 부정부패를 척결하는 곳이고, 검찰 인력 배치 등은 대통령령에 따른 사무직제 규정인데 이를 법으로 폐지시킨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특별수사청 설치에 대해서도 과거 특별검사 운영 등의 예를 살펴보면 더 많은 예산과 인력을 낭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스폰서 검사 파문 이후 검찰 스스로 특임검사제를 도입, 내부 비리 혐의에 대해 자체 수사하고 있기 때문에 특별수사청을 별도로 두는 것은 불필요하다는 취지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법조개혁안은 수사체제에 대한 것인 만큼 법조계와 학계의 의견을 두루 수렴해야 하는데 그런 과정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검찰은 또 참여정부 이후 논의가 중단됐던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가 이번 개혁안에 포함된 것에 긴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경찰의 수사개시권 부여 및 복종의무 삭제는 국민 보호나 인권 보장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고, 경찰에 대한 통제를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는 논리까지 내세웠다. 검찰과 법원의 대대적인 개혁안을 담고 있다는 게 소위의 입장이지만 검찰은 본격적인 ‘검찰 힘빼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소위가 마련한 개혁안 중 대법관 증원 문제 역시 대법원은 반대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다. 이미 대법원은 지난해 정치권에서 대법관 증원을 논의할 때도 “하급심이 약화되기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고 반대했다. 대법관을 20명으로 늘리더라도 상고사건은 계속 늘기 때문에 상고심사부를 둬야 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사개특위 여당 간사인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은 “국민은 내 사건의 마지막 재판은 대법원에서 하는 3심제를 원하기 때문에 대법원이 주장하는 고등법원에 상고부를 설치하는 방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