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스캔들’ 파문] 다시 거론되는 음모론… ‘200명 연락처’ 유출 경위 등 혼란 가중
입력 2011-03-10 21:42
‘상하이 스캔들’이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처음에는 우리 외교관들과 중국 여성 덩신밍(鄧新明·33)씨 사이 집단 치정극으로 알려졌지만 이후 정보 유출과 상하이 총영사관 내분설이 겹쳐졌다. 여기에 덩씨 남편 J씨(37)가 10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관계 인사 200명 연락처 자료는 당초 덩씨 컴퓨터에 없었다”고 주장하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왔다갔다 J씨?=J씨는 지난 1월 법무부 감찰관실에 덩씨의 이동식저장장치(USB)에 있는 자료를 바탕으로 우리 외교관들과 덩씨의 부적절한 관계를 제보했다. USB 자료에 김정기 전 상하이 총영사가 보관 중인 정·관계 인사 200명의 연락처가 포함되면서 덩씨 스파이설이 힘을 받았다.
하지만 J씨는 10일 200명 연락처는 덩씨 컴퓨터에 들어있지 않았고, 상하이 총영사관 소속 김모 영사가 이를 법무부에 전달하면서 첨가됐다고 밝혔다. 국가정보원 출신 J 부총영사가 이를 지시했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J씨의 말이 사실이라면 김 전 총영사가 주장한 ‘국내 정보라인의 음모론’에 가까운 내용이다. 하지만 J씨는 이런 언론보도 직후 또 다른 언론사에 보낸 이메일에서 “누군가 내 이메일 계정을 도용해 작성하지도 않은 메일이 언론사에 전달된 것을 뒤늦게 알았다”고 주장했다.
법무부도 200명 연락처 추가설을 강력 부인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J씨가 직접 일반 포털 메일로 법무부에 유출 자료를 첨부해 4개의 메일을 보냈다”면서 “이 안에는 200명 연락처도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보자 등장=법무부와 비슷한 시기에 관련 제보를 받은 국무총리실 공직윤리복무관리실은 또 다른 설명을 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200명 연락처 제보는 받았지만 제보자는 J씨가 아닌 다른 사람”이라고 밝혔다. J씨 외에 또 다른 제보자가 있었다는 것이다. 당초 J씨가 1월 총리실에 제보한 것으로 알려졌었다.
이는 상하이 총영사관과 관련 있는 인물 중 누군가가 김 전 총영사의 자료를 직접 빼냈든지, 아니면 덩씨에게 제공받았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덩씨가 직접 총리실에 이를 제공했을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김 전 총영사 자료가 유출됐다는 점에서 김 전 총영사를 곤경에 빠뜨리려는 세력이 제보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를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일각에서는 덩씨와 불륜관계를 시인하고 퇴직한 H 전 영사의 부인 측에서 제보했다는 설도 나오고 있다.
◇진실게임 양상=제보 경위에 대한 논란이 확대되는 것과 함께 관련자들의 진술도 오락가락하고 있다.
김 전 총영사는 8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정보라인이 자신을 음해하기 위해 꾸민 일이라고 강하게 주장했지만, 이후 있던 총리실 조사에서는 “그렇게 의혹을 제기한 것은 잘못한 것”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김 전 총영사에 의해 자료 조작의 주범으로 지목된 J 부총영사는 여러 가지 의혹에 입을 다물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총영사·부총영사 사이에 갈등이 있었던 것은 여러 정황상 사실이라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J 부총영사가 덩씨와 영사들의 부적절한 관계 및 자료 유출 건을 문제삼으려 했지만 김 전 총영사가 이를 막은 것이 갈등의 원인이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관련자들의 말이 엇갈리면서 정부 합동조사단의 조사가 진행돼도 진실이 밝혀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의 키를 쥐고 있는 덩씨로부터 직접 진실을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