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비행금지구역’ 설정 난항… 나토, 24시간 영공 감시 착수했지만 “무력 불허” 입장
입력 2011-03-10 21:33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유럽연합(EU)이 10일(현지시간)과 11일 각각 국방장관회의와 정상회의에서 리비아 문제를 논의하지만 비행금지구역 설정 등 중대 합의가 나오기는 어렵다는 전망이다.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 측은 반정부 세력과의 전투가 내전양상으로 치달은 후 처음으로 원유시설을 폭격했다.
◇비행금지구역 설정 어려워=나토가 10일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를 이용해 24시간 리비아 영공 감시에 착수했다. AP통신은 나토의 소식통을 인용해 그리니치 표준시로 10일 오전 6시30분부터 보잉 E-3 AWACS 3대가 투입돼 지중해 상공에서 리비아 영공을 8시간씩 24시간 감시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나토 사무총장은 리비아 상공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매우 복잡한 일로 새로운 유엔의 지시가 있어야 한다”며 “리비아 관련 유엔 안보리 결의는 무력 사용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나토의 한 관계자는 회원국들이 리비아에 군사개입을 하기 위해선 시급성, 유엔 승인, 아랍·아프리카 지역의 지지 등 3대 조건이 필요하다는 것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EU는 11일 정상회의에서 발표할 성명에 “카다피는 즉각 권력을 포기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이 문안이 그대로 반영될 경우 리비아 시위사태 발발 이후 EU 차원에서 던지는 가장 강력한 메시지가 된다.
◇카다피 군, 원유시설 폭격=압델하페즈 고카 반군 대변인은 9일 “오늘 카다피군이 동부 도시 라스라누프 인근의 원유시설을 집중 폭격했다”며 국제사회에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요구했다.
카다피 군은 라스라누프에서 서쪽으로 5㎞ 떨어진 반군 진지에 20여개의 폭탄을 퍼부었고, 이 과정에서 인근 시드라 원유시설에서 대규모 폭발이 발생했다. 목격자들은 이로 인해 검은 연기 기둥이 무섭게 솟구치고, 불길이 거세게 타올랐다고 AP통신에 전했다. 리비아 서부 격전지인 알 자위야를 취재하려던 영국 BBC방송 뉴스팀이 지난 7일 카다피 친위군에 21시간 억류돼 구타당한 사건도 발생했다.
리비아 정부는 9일 국영TV를 통해 반정부 세력의 지도자 무스타파 압둘 잘릴 전 법무장관에 대해 현상금을 걸었다고 발표했다. 국영TV는 잘릴 전 장관을 스파이로 칭하면서 생포해 신병을 인도하는 사람에게 50만 디나르(약 4억6000만원), 체포할 수 있도록 결정적 제보를 한 사람에게 20만 디나르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