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자전거 이야기’ 펴낸 장종수씨 “알면 알수록 더 좋아져요”
입력 2011-03-10 17:39
장종수(47·사진) 한국산악자전거협회 기획이사는 자전거 사랑에서만큼은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사람이다. 자전거가 너무 좋아 ‘잘 나가던’ 기자 생활을 접고 1990년대 초부터 ‘자전거사랑’과 ‘자전거타기시민운동연합’ 등 관련 시민단체에 투신했다. 그가 최근 자전거의 모든 것을 담은 신간 ‘재미있는 자전거 이야기’를 펴냈다.
그는 9일 전화 인터뷰에서 인류의 좋은 ‘벗’으로 거듭난 자전거에 대해 일반인들이 미처 알지 못했던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책에 담으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누구나 어릴 적 자전거에 대한 추억 하나쯤 갖고 있을 정도로 자전거에 친숙합니다. 자전거는 또 훌륭한 교통수단이자 운동기구로 널리 활용되고 있고요. 근데 대다수 사람들이 자전거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들은 잘 모르더라고요. 그래서 자전거를 더 깊이 이해하고 좋아할 수 있도록 책을 내게 됐어요.”
책은 크게 4부로 구성돼 있다. 1부에서는 자전거 탄생과 발전과정 등 역사를 다뤘고 2부에서는 자전거와 관련된 각종 세계대회를 소개했다. 3부에서는 자전거를 통해 유명인이 된 스타들의 면면을 전하고 4부에서는 특정 분야에 알맞도록 개조된 자전거들을 정리했다. 여기에 자전거를 좀 더 편리하게 개발하는 데 열정을 바친 사람들과 감동적인 드라마를 일군 선수들에 대한 재미있는 일화를 다양한 사진자료와 함께 실었다. 일제시대 일본 선수들과 대결에서 연전연승하며 조선 민중의 나라 잃은 설움을 달랬던 엄복동 선수 이야기도 눈에 띈다.
“1920년 5월 2일 경복궁에서 열린 자전거 경주의 결승전은 운동장을 무려 마흔 바퀴나 도는 것이었다. 서른 바퀴를 넘었을 때 엄복동은 이미 뒤따라오는 선수를 몇 바퀴나 앞서고 있었다. 별안간 일본인 심판이 해가 졌다며 경기를 중단시켰다. 분을 이기지 못한 엄복동이 우승기를 꺾어 땅바닥에 힘껏 내동댕이쳤다. 주위에 있던 일본인들이 달려들어 엄복동을 때리기 시작했다.”(67∼68쪽)
장 이사는 책을 쓰기 위한 자료를 수집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엄복동 관련 자료를 수집하려고 국회도서관에서 옛날 신문을 모조리 뒤졌는데 여기에만 6개월이 걸렸다고 한다.
자동차에 밀려 퇴물이 될 것만 같았던 자전거가 화려하게 부활한 이야기도 재미있다. 저자는 70년대 오일쇼크와 함께 이어진 환경보호 캠페인으로 자전거가 명맥을 유지하게 됐고, 21세기 웰빙바람으로 자전거가 세계적인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고 분석한다.
그는 “우리 자전거 문화가 다이어트나 친목도모 등 지나치게 ‘목표 지향적’인 점이 안타깝다”며 “방학이 되면 자전거를 타고 야외로 나가 캠핑을 하는 유럽 젊은이들처럼 우리 국민들이 자전거를 자연스러운 일상의 한 부분으로 여길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상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