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염성덕] 서울북부지검 파이팅

입력 2011-03-10 17:28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기습적으로 처리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들과 네티즌들이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은 당연하다. 이들은 후안무치, 안하무인, 도적심보, 금권정치, 공정사회 역행, 정치개혁 실종 등의 용어로 행안위를 맹비난했다. 낙선운동을 경고한 단체까지 있다.

특정 사안을 놓고 보수와 진보 진영의 이념 대결이 판을 치던 것과는 딴판이다. 북한 도발을 놓고도 티격태격하던 양 진영이 아니었던가. 그런 이들이 범죄 혐의에 연루된 동료 의원들을 구하고, 정치헌금을 쉽게 거두려는 의원들을 질타하는 데 행동통일을 한 것이다. 모처럼 ‘국론통일’의 장을 마련해준 의원들에게 표창장이라도 줘야 한다는 이야기마저 나오고 있다. 기회만 있으면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입법권을 오·남용하는 의원들은 더 이상 선량(選良)이 아니다. 정치꾼, 건달, 모리배, 공공의 적이라는 험담이 난무한다.

행안위의 입법권 남용으로 큰 고민에 빠진 것은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로부터 청원경찰법 개정과 관련해 불법 후원금을 받은 혐의로 여야 의원 6명을 불구속 기소한 서울북부지검. 개정안대로라면 의원들을 사법처리할 수 있는 법 조항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검찰은 국회 법사위에 계류된 정자법 개정안 처리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러면서 개정안이 본회의에서 통과될 것에 대비해 공소유지를 하는 방안들을 숙의하고 있다. 그 중 정자법 위반 혐의를 뇌물 혐의로 바꾸는 공소장변경(公訴狀變更)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은 국회는 정자법 개정안 3월 처리 방침에서 후퇴한 듯한 모습이다. 그러나 개정안이 폐기된 것은 아니다. 전세 불리를 느낀 의원들이 처리를 미룬 것이다.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가 신중하게 처리할 것을 주문했고, 국민참여당이 개정안에 반대하는 성명을 냈을 뿐이다. 대부분의 여야 의원들은 반대 목소리가 잦아들면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서울북부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의원들은 개전의 정도 보이지 않고 있다. ‘반대 여론은 언론이 주도한 것이지 국민 뜻이 아니다’ ‘정자법 개정안이 뭐가 문제냐’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적반하장의 극치다.

검찰은 여러 변수를 염두에 두고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부도덕한 의원들에 대한 국민의 질타는 검찰을 향해 사법정의를 실천하라는 국민의 추상같은 명령이자 열렬한 성원이다. 검찰의 파이팅을 기대한다.

염성덕 논설위원 sdyu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