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문지방 넘기] 룻기 배경은 주님 태어난 베들레헴… 동네사람들 위주로 읽으면 감칠맛
입력 2011-03-10 17:54
성경 구약의 룻기는 베들레헴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베들레헴은 다윗의 고향이고 또한 예수님이 태어나신 곳이지요. 예루살렘 못지않게 거룩한 곳이고, 지금도 수많은 순례객이 찾아가는 곳입니다. 베들레헴이 이렇게 유명한 땅이 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남편을 잃고 낯선 땅에 찾아온 모압 여인 룻과 베들레헴의 유력자 보아스는 결혼하여 아들을 낳게 됩니다. 아들의 이름은 ‘오벳’입니다. 오벳은 ‘섬기는 자’라는 뜻입니다. 부모를 섬기고, 할머니 나오미를 잘 섬기고, 이웃을 섬기고, 하나님을 섬기는 사람이 되라는 뜻이니 이름을 참 잘 지었습니다.
이쯤에서 질문을 하나 던지고 싶습니다. 오벳의 이름을 누가 지어 주었을까요? 부모님이? 아니면 나오미가? 혹은 집안의 어르신이? 아닙니다. 베들레헴 동네의 아주머니들이 지어주었습니다. “나오미가 아기를 받아 품에 품고 그의 양육자가 되니 그의 이웃 여인들이 그에게 이름을 지어주되”(룻 4:16∼17) 나오미가 안고 있는 어린 아이를 보고 웃음꽃을 피우던 동네 아주머니들이 함께 지어준 이름입니다. 참 특이한 경우입니다.
룻기를 읽을 때 나오미나 룻, 보아스 같은 주인공뿐 아니라 베들레헴 동네의 이름 없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읽어 가면 색다른 느낌을 받게 됩니다. 나오미가 고향에 돌아오자 ‘온 성읍(1:19)’ 사람들이 다 나와서 나오미를 맞이합니다. 동네가 떠들썩합니다. 나오미 개인의 슬픔은 동네 사람 모두의 슬픔으로 번집니다. 후에 룻과 보아스의 결혼이 확정되었을 때도 베들레헴 성문에 있는 ‘모든 백성과 장로들’(4:11)이 이들을 축복해 줍니다. 이들이 선포하는 축복의 말을 보면 거창하고 풍성합니다. 룻에게는 이스라엘의 집을 세운 라헬과 레아 같게 되고, 보아스에게는 베들레헴에서 유력한 자가 되고, 이들의 가문에 대해서는 룻이 아들을 낳아 베레스의 집과 같이 빛나는 가문이 되게 해 달라고 축복의 말을 전해 줍니다.
거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이들의 축복대로 룻이 아들을 낳자 동네 여인들이 나오미에게 우르르 찾아와서 아이의 이름이 이스라엘 중에서 유명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칭찬과 축복을 아끼지 않습니다(4:14∼15). 그러면서 이름까지 공동으로 지어줍니다. 여인들은 마치 자기네가 아들을 낳은 것처럼 즐거워하고 기뻐합니다. 나오미 집안의 경사가 동네 경사가 되었습니다.
베들레헴에는 나오미와 룻이 잘되는 것을 배 아파하거나 은근히 시샘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이방 여인 룻이 헌헌장부 보아스의 눈에 들어 결혼하게 된 것이 샘이 나서 입을 삐쭉거리는 여인이 없습니다. 나오미가 손주를 안고 동네를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 눈꼴사납게 쳐다보는 사람이 없습니다.
대신 함께 즐거워합니다. 구설이 없는 동네, 우물가에서 남의 흉이나 보고 근거 없는 소문을 퍼뜨리는 일이 없는 동네, 축복과 칭찬과 위로의 말이 넘쳐나는 동네가 바로 베들레헴입니다. 왕대밭에서 왕대 나고, 쑥대밭에서 쑥대 나는 법입니다.
베들레헴에서 이스라엘의 성군 다윗 왕이 태어나고, 우리의 구세주 예수님이 태어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성읍은 정직한 자의 축복으로 인하여 진흥하고”(잠 11:11)라는 잠언의 말씀은 진리입니다.
오종윤 목사 (군산 대은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