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무릎기도, 과연 종교편향인가?

입력 2011-03-10 10:52


지난 3일 열린 제43회 국가조찬기도회. 3500명의 참석자들은 일제히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었다. “죄인 된 심정으로 한국 사회와 교회의 죄악을 무릎 꿇고 회개하자”는 길자연(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 목사의 제안에 따른 것이다.

그러자 무릎 꿇고 기도하는 대통령의 모습이 집중 부각되면서 “종교 편향이다” “대통령이 교회 앞에 굴복한 것이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길 목사는 “죄인 된 심정으로 기도하자고 한 것일 뿐 다른 의도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이에 대해 김명혁(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장) 목사는 “이 대통령에 대한 지지 여부를 떠나서 대통령이 무릎꿇고 기도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민족의 지도자가 자기가 믿는 하나님 앞에 무릎 꿇는 모습은 하나님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눈에도 귀하게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무릎 기도’가 종교 편향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김 목사는 “만약 불교나 천도교를 믿는 대통령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얼마든지 기도회 자리에서 자기가 믿는 신 앞에 무릎꿇을 수 있다고 본다”며 “어떤 종교를 막론하고 국가 지도자가 기도하는 모습은 귀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이 믿는 종교적 입장을 넘어 나라와 민족을 위해 함께 기도하고 백성들을 사랑으로 품는 게 3·1운동 정신”이라며 “지금 우리나라의 종교계에 필요한 것도 그런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김영진(전 국가조찬기도회장) 민주당 의원도 “다른 장소라면 대통령의 무릎 기도가 문제가 될 수 있지만 국가조찬기도회 같은 예배 장소에서는 문제될 것이 없다”며 “그런 자리에서 ‘난국 타개를 위해 하나님 앞에 무릎꿇고 기도하자’는 성직자의 요청에 따라 모든 참석자들이 무릎꿇고 기도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성직자가 ‘무릎꿇고 기도하자’고 했는데 대통령이기 때문에 무릎을 꿇지 않고 의자에 앉아서 기도했다면 아마 ‘겸손하지 못한 대통령’이라고 비판받았을 것”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다만 이에 대한 기독교의 지나친 대응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종교간 화해와 평화를 해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대통령의 무릎 기도가 일반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신앙을 달리하는 분들의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고 본다”며 “그분들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인정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 목사와 김 의원 모두 이번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했었다.

한편 국가조찬기도회가 지나치게 대통령에게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은선 안양대(기독교문화학) 교수는 “국가조찬기도회는 대통령을 위해 만든 단체가 아니라 각계 기독교 지도자들이 국가를 위해 기도하기 위해 만든 모임”이라며 “기도 인도자의 돌발적 행동을 문제 삼아 종교 편향이나 국가조찬기도회 폐지로 몰고가는 것은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보다는 나라와 민족을 위한 기도에 초점을 맞추는 국가조찬기도회 본연의 정체성이 더 강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