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스캔들’ 덩신밍 “김 前총영사에게서 자료 빼낸 듯”
입력 2011-03-10 00:28
중국 상하이 총영사관 외교관들과의 불륜 스캔들에 연루된 중국 여성 덩신밍(33)씨가 김정기 전 상하이 총영사를 만난 지 2시간 만에 정부·여당 인사 200여명의 연락처를 촬영한 정황이 드러났다.
덩씨의 한국인 남편 J씨(37)가 총리실 등에 제출한 사진파일을 9일 분석한 결과, 덩씨는 지난해 6월 1일 오후 6시55~56분 상하이 힐튼호텔에서 김 전 총영사와 나란히 사진을 찍었다. 이어 2시간여 뒤인 오후 9시19~21분 같은 카메라로 김 전 총영사가 소지한 비닐 코팅의 ‘MB 선대위 비상연락망’ ‘서울지역 당원협의회 위원장 비상연락망’ 등이 촬영된 것으로 확인됐다. J씨가 덩씨의 USB 메모리에서 찾아낸 이들 사진은 모두 같은 날 소니 DSC-TX1 카메라로 촬영됐으며, ‘한나라당 연락처-사진’이란 이름이 붙은 폴더 안에 함께 들어 있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때문에 김 전 총영사가 자료를 직접 덩씨에게 건넸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김 전 총영사가 자료를 제공한 것으로 밝혀질 경우 외교상 기밀누설죄 등을 적용해 형사처벌될 수 있다.
앞서 김 전 총영사는 지난 8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덩씨에게 건너간 여권 인사 연락처가 자신의 것이긴 하지만 지난해 2월 말 관저를 비운 사이 누군가 잠입해 훔쳐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하고, 도난의 배후로 국내 정보기관을 지목했었다.
김 전 총영사는 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실에 이틀째 소환돼 그가 보유한 자료가 덩씨 손에 들어간 경위에 대해 집중 조사를 받았다. 그러나 김 전 총영사는 자신의 유출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고 총리실 관계자가 전했다.
정부는 상하이 총영사관 현지 조사를 위해 국무총리실을 필두로 법무부, 외교통상부와 함께 특별합동조사단을 구성, ‘상하이 스캔들’에 대한 전면 재조사에 착수키로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참모진으로부터 이번 사건에 대한 보고를 받고, 철저한 조사와 엄중한 조치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지난 1월 총리실로부터 J씨의 진정서가 접수돼 조사에 착수했다는 보고를 받았으며, 2월 ‘일부 부적절한 관계가 발견됐다’는 보고에 ‘철저히 조사해 관련 규정에 따라 처리하라’고 조치했다고 밝혔다.
한편 법무부 소속이었던 H 전 영사는 지난 1월 24일 “덩씨도 (중국 공안당국의) 조사를 받는 등 많이 힘들어하는 것 같았습니다. 구속될 수도 있답니다”라는 이메일을 J씨에게 보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