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 목소리 잘 알아 오해 풀기위해 얼마든지 토론”… WCC 울라프 픽쉐 트베이트 총무 방한

입력 2011-03-09 20:44


“총회를 준비하는 긴 과정에서 확신을 얻었습니다. 서로 경험을 나누고 공유한다면 굉장히 유익하고 많은 그리스도인에게 큰 힘을 줄 것이라는 확신입니다.” 전 세계 140개국, 349개 교단 및 교회, 5억8000만여 기독교인의 연합체인 세계교회협의회(WCC) 울라프 픽쉐 트베이트(51) 총무가 한국을 9일 방문했다. 14일까지 5박6일 일정으로 한국의 여러 교단과 교회, 정부 관계자 등을 만날 예정인 그는 이날 서울 연지동 기독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013년 WCC 10차 총회의 부산 개최 의미와 준비상황에 대해 만족감을 표했다.

트베이트 총무는 먼저 한국에 온 목적에 대해 “WCC 회원 교단(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한국기독교장로회, 기독교대한감리회, 대한성공회)을 비롯한 여러 교회를 방문하고 한국에 대해 더 배우고자 한다”고 설명하며 “한국교회는 WCC에서 아주 중요하고 활발하게 활동하는 회원이라는 점도 알려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교회에 대해 “에큐메니즘(교회일치운동)을 위한 헌신, 선교에 대한 열정, 한반도의 특수한 상황 속에서 정의와 평화, 인권을 위해 노력해 온 점 등을 높이 평가한다”면서 “이 측면들이 (부산 총회를 통해) WCC의 신앙과 사역에 매우 독특하고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달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WCC 중앙위원회가 10차 총회 주제를 ‘생명의 하나님, 우리를 정의와 평화로 이끄소서’로 결정한 데 대해 그는 “한국과 아시아 교회의 제안이 크게 작용했다”면서 “이 주제는 생명의 하나님께 드리는 우리의 기도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한반도와 관련이 있다면서 “총회 참가자들이 분단 상황을 직접 경험하면서 정의와 평화를 위해 기도하자는 제안과, 하나님이 이끄실 때 화해와 공동의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는 신앙고백을 담았다”고 덧붙였다.

트베이트 총무는 현재 한국에서 WCC 총회 개최에 반대하는 교회들이 있다는 점에 대해 “보고를 받았고 익히 알고 있다”면서 자세하게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특히 ‘오해’임을 분명히 하면서 그 또한 ‘관심’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역사적으로 WCC는 갑론을박의 대상이었습니다. 논의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우리가 의미 있고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증거겠지요. 근본적으로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예수께서 ‘저들이 하나 되어 기도하게 하소서’라고 하신 기도에 교회로서 응답하는 것입니다. 오해와 편견에서 비롯된 반대와 씨름하는 것도 우리의 사역입니다. 한국교회 중에서도 우리와 토론하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얼마든지 요청해 주십시오. 저희는 전혀 두려울 것이 없습니다.”

부산 총회를 준비하는 한국교회의 역할에 대해 그는 “물론 본부에서 결정하는 기획과 방향도 있겠지만 총회 전체를 준비하는 데는 한국교회의 적극적이고 강한 참여가 꼭 필요하다”면서 “한국교회가 ‘우리의 총회’라는 분명한 주인의식을 가져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현재 한국에서 일어나는 종교 간 갈등 문제, 교회가 받는 비판에 대해 자세히는 모르고 있었지만 의미 있는 조언을 전했다. “종교 간 갈등은 세상 모든 교회가 겪는 문제지만 자세히 보면 교회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기 때문이 아니라 교회 주위를 둘러싼 정치적, 지정학적 이유 때문에 공격을 받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어디에 있든지, 다른 종교인을 포함한 모든 사람에게 선한 이웃이 될 책임이 있습니다.”

트베이트 총무는 이날 기자회견에 이어 여성·청년 대표들과의 만남을 가졌다. 10∼11일에는 WCC 회원 교회들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가톨릭주교회의, 한국정교회 등을 방문하며,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에큐메니컬 원로 등과 차례로 만남을 갖는다. 13일에는 여의도순복음교회 주일예배에 참석하고, 명성교회 저녁예배 설교를 맡을 예정이다.

2009년 WCC 총무에 선출된 그는 노르웨이 출신으로 1999년 노르웨이교회 교리위원회 총무, 2001년 교회와 정부 관계 총무, 2002∼2009년 노르웨이 교회협의회 에큐메니컬 및 국제관계 총무 등을 역임했다. WCC 신앙과직제위원,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간 에큐메니컬 포럼 공동의장 등을 통해 국제적으로도 활동해 왔다.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