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강렬] 베이비 부머
입력 2011-03-09 19:16
한국 베이비 부머(Baby Boomer)는 6·25전쟁 직후인 1955∼1963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미국이 PL480호 구호물자로 보내온 강냉이가루와 탈지분유를 먹고 컸고 학창시절 유신과 ‘서울의 봄’ 등 격동의 한국 현대사를 몸으로 겪었던 세대다. 현재 경제활동 중인 베이비 부머는 전체 인구의 14.6%로 약 712만명이다. 금년 나이로 보면 48∼56세에 해당된다.
이들은 지금 ‘황혼으로 가는 은퇴열차’에 올라탔거나 불안한 표정으로 플랫폼에서 은퇴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중국 현문(賢文)에 ‘장강의 뒤 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낸다(長江後浪推前浪)’라는 게 있다. 나이 젊고 기력 왕성한 연부역강(年富力强)한 후배들에게 힘없이 떠밀려 가는 세대다. 이들은 아래위로 ‘끼인 세대’다. 연로한 부모의 노후를 책임져야 하는 마지막 세대이고, 자식들에게 효도를 못 받는 첫 세대다. 이들 4분의 3은 노부모 봉양과 자녀 양육의 2중고를 겪는다. 이들은 2∼3년 후에 부모가 80세 이상의 초고령층에 접어들어 ‘노부모 봉양’ 의무를 진 동시에 아직 끝나지 않은 자녀 교육과 곧 다가올 자녀 혼사에 목돈을 써야 할 부담을 안고 사는 세대다.
모 생명보험 회사가 최근 베이비 부머 4668명을 대상으로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 갤럽코리아와 공동 여론조사를 했다. 이들은 노후를 대비해 월 평균 17만2000원을 저축하고 있으며 62.3세에 은퇴한 뒤 월 생활비가 211만원에 이를 것이라고 답했다. 이들 가운데 은퇴를 대비해 저축이나 투자를 하는 사람은 50%에 그쳤다. 나머지는 대책 없이 ‘저주의 장수(長壽)시대’를 맞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수는 스스로 늙었다고 안주하기보다 ‘아직 젊고 기회가 많다’고 생각하며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베이비 부머를 연구하는 한 전문가가 이들의 은퇴 준비 5단계를 인터넷에 올렸다. 첫째, 90세까지 살 각오를 하고 노후를 준비하라. 둘째, 주식 등 위험한 투자 비중을 줄이고 곧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쪽으로 포트폴리오를 짜라. 셋째, 자식에게 모든 것을 쏟아붓지 말고 자신의 미래를 위해 투자하라. 넷째, 그동안 누렸던 것을 포기하고 기대수준을 대폭 낮춰라. 다섯째, 불행한 노후를 맞지 않으려면 운동을 통해 건강을 유지하라. 잿빛 플랫폼에서 은퇴열차를 기다리거나 곧 그 자리에 서야 할 이들이 생각해 볼 조언이다.
이강렬 논설위원 ry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