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상하이 스캔들 은폐 축소 없어야

입력 2011-03-09 19:05

상하이 총영사관 스캔들이 처음 알려진 것보다 복잡해지고 있다. 영사들의 치정관계만 있었던 게 아니라 총영사와 부총영사가 심각한 갈등관계에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당사자들은 변명과 책임 회피에 급급하고 관련 기관들은 사건을 은폐·축소하려 한 정황까지 있다. 정권 후기 물 새는 소리가 커졌다.

외교통상부는 영사들의 불륜을 약 1년 전에 인지하고 내사에 들어갔으나 관련자들이 혐의를 부인하자 조사를 중단했다고 한다. 그러다 작년 11월초 교민 사회에 벽보가 붙고서야 관련자들을 귀국시키는 것으로 마무리하려 했다. 올 초 스캔들을 제보 받은 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실은 단순 비위로 판단해 수사 의뢰 대신 해당 부처에 통보하는 데 그쳤다. 소속 부처에서는 본인들 변명만 듣고 징계 없이 사임케 하거나 불문에 부쳤다. 공무원 사회의 고질적인 은폐 축소 버릇은 이번 사건에서도 거듭됐다.

이제는 김정기 전 상하이총영사가 갖고 있는 자료가 유출된 경위를 파악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는 국내 정보기관이 자신을 음해하기 위해 사건을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상식을 벗어난 주장이라도 진위를 검증해 봐야 한다. 그가 이명박 후보 대선 캠프 출신임을 의식할 것 없다. 정부가 MB인맥이라고 사정을 두려 한다면 국민으로부터 작년 ‘영포라인’ 소동 때처럼 빈축을 사게 마련이다.

지금까지 파악된 정치인 연락처와 총영사관 비상연락망 외에 다른 자료가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다. USB 하나에 담긴 게 전부라고 본다면 안이한 판단이다. 총리실과 외교부의 상하이총영사관 합동조사에서 이를 밝혀야 한다. 일각에서는 유출 자료의 정보가치를 낮게 평가하나 정보는 누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렸다. 덩신밍씨를 스파이로 판단하기 전에 외교관들의 나태한 보안의식을 탓할 일이다.

이번 사건이 한·중 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검토해야 한다. 스파이 의혹이나 치정관계가 공론화되지는 않겠지만 비공식적으로 악영향이 클 터이다. 표면적으로는 상하이총영사관이 덩씨의 기본적인 신원조차 파악하지 못하고서 태자당이니, 고위층의 친척이니 하여 대단한 실력을 가진 것으로 떠받들며 서로 이용하다가 불륜소동까지 빚은 사건이다. 외교적 뒤처리를 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