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失機’ 우려 저축銀 사태 긴급 처방… 공적자금 투입 합의 안팎
입력 2011-03-10 00:36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위한 자금 마련 방안이 9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극적으로 합의된 것은 정부는 물론 여야 모두 저축은행 부실처리가 시급하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했기 때문이다.
야당인 민주당 입장에서는 정책실패를 따지기 위해 공적자금인 정부 출연금 설치안을 관철시킨 만큼 명분을 얻게 됐다. 특히 청문회 개최 동의를 여당으로부터 얻어내는 성과도 거뒀다.
이번 합의로 저축은행 부실처리를 위해 다른 금융권 계정으로부터 45%를 출연받게 될 경우 올해 기준으로 최소 7200억원을 확보하게 된다. 정부는 이 금액을 연 5%의 이자재원으로 쓸 수 있어 은행 등으로부터 최소 15조원가량을 차입할 수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해마다 각 금융기관의 부보예금이 더 늘어날 전망이어서 내년부터는 더 충분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초 정부가 요구한 50%의 출연금을 45%로 줄인 것은 다른 금융권에 과도한 부담을 줄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고 정무위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와 함께 여야는 예보법 개정안에 명문화하기로 한 정부 출연금에 대해서는 정부가 조속히 확보계획을 세우라고 촉구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답변했지만 정부 관계자들은 출연금을 쓰는 데 대해 몹시 껄끄럽다는 입장이다. 야당의 요구로 마지못해 관련법에 명시하는 선언적 수준에 그쳤을 뿐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정부 출연금의 경우 매년 정기예산 편성 때 요구하거나 추가경정 예산을 편성해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이다. 지금까지 저축은행 부실을 메우는 데 캠코 등을 통해 구조조정기금을 17조원이나 쏟아 부은 부담도 있다. 이에 따라 정부 출연금이 조성되더라도 구조조정 계정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최소한으로 책정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은 정부에 출연금 2000억원을 먼저 넣으라고 요구해 왔다.
야당도 이번 예보법 개정안을 심사하면서 공적자금 투입 주장만 고집할 경우 저축은행 부실 처리에서 때를 놓칠 것이라는 비난을 의식해 구조조정 계정 설치에 동의해준 것으로 관측된다. 그만큼 사안의 시급성이 컸다는 점을 방증한다. 법안심사 소위위원장 직무대리를 맡은 한나라당 이성헌 의원도 “시장불안 심리를 조속히 안정시키고 예금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서”라고 여야 합의 이유를 설명했다.
여기에다 여야가 조속한 시일 내에 청문회를 열기로 합의한 만큼 저축은행 부실 책임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불가피하다. 정부도 이번만큼은 책임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본다. 부산 지역 한나라당 의원들조차 국정조사를 주장하는 등 정부의 정책·감독 책임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크다. 민주당은 정부 출연금을 무기로 정부당국에 본때를 보여주겠다고 벼르고 있다. 공적자금 특별법의 준용을 받게 된 만큼 매년 정기 감사 등을 통해 책임을 분명히 따지겠다는 입장이다.
이동훈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