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양심없다” vs “삼성, 이성 잃어”… 3D TV 난타전
입력 2011-03-09 21:28
3DTV 기술 방식을 둘러싼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상대방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이며 이전투구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김현석 전무는 8일 기자 대상의 ‘화요포럼’에서 “LG전자가 양심이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고, LG전자 측은 9일 “삼성이 이성을 잃었다”고 비난했다. LG디스플레이 권영수 사장도 10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지원 사격에 나선다.
◇3DTV 기술 논쟁의 쟁점은=삼성전자의 셔터글래스(SG)와 LG전자의 필름패턴 편광안경(FPR) 방식은 완전히 다른 기술이다. SG는 양쪽 눈의 영상이 번갈아 나오는데 안경이 이를 빠른 속도로 읽어 3D로 인식한다. FPR 방식은 한 화면에서 두 가지 영상을 동시에 보여주는 것을 편광안경을 통해 인식하는 것을 말한다.
논쟁은 FPR 방식에 대한 삼성의 공격과 LG의 반박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가장 큰 쟁점은 FPR 방식이 풀HD 화면을 구현할 수 있느냐 여부다. 하나의 화면에 좌우 이미지를 모두 저장하는 LG전자의 방식은 풀HD 구현이 안 된다는 게 삼성전자의 주장이다. 김 전무는 “모든 문헌을 다 찾아봤지만 (LG전자의) 패시브 방식이 풀HD라고 나온 문헌은 없다”고 강조했다.
LG전자 측은 “FPR은 과거 패시브 방식보다 한 단계 진화된 기술”이라며 “삼성이 오래된 일반적인 지식으로 기술의 핵심도 모르면서 폄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누워서 보면 3D 영상을 볼 수 없다는 삼성 측 주장에 대해 LG 측은 “눈의 각도에 따라 입체감이 크게 인식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영상 자체가 나오지 않는 삼성 기술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고 반박했다.
삼성전자는 또 2D를 3D로 전환하는 LG전자의 기술이 부족해 화질이 떨어지고 어지럼증을 유발한다고 주장한다. 김 전무는 “(LG전자는) 2D에서 3D로 화면을 전환하는 삼성의 기술을 비판하다 대만산 칩을 이용해서 기술을 도입했다”고 비난했다. LG전자는 “기존 문제점을 개선해 실제 3D 영상에 가깝고 장기간 시청해도 편하게 볼 수 있는 3D 화질을 만들어 냈다”고 반박했다.
◇이재용 사장과 구본준 부회장의 자존심 대결?=양사의 논쟁은 지난해 12월 부사장에서 승진한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과 ‘구원 투수’로 나선 LG전자 구본준 부회장의 자존심 대결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 사장은 세계 TV시장에서 5년 연속 점유율 1위를 차지한 삼성전자의 위상을 지켜내야 한다. 구 부회장은 적자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확대와 주력 부분인 TV 등 가전 분야를 되살려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초기 단계인 3DTV 시장의 선점을 위해 SG 방식과 FPR 방식을 세계 기술 표준으로 만들겠다는 전략도 숨어 있다. 현재 세계 3DTV 시장은 삼성전자와 일본의 소니 등이 SG 방식을 채택하고 점유율을 높여가는 가운데 LG전자가 대만의 비지오, 네덜란드 필립스 등과 손잡고 반격하는 양상이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