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 히로부미 외고손자 결국 日 외무장관 취임… 中 언론 민감

입력 2011-03-10 00:30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초대 조선통감의 외고손자인 마쓰모토 다케아키(松本剛明·51·사진) 외무차관이 9일 외무장관에 취임했다. 외국인 정치헌금 문제로 물러난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전임 장관의 후임이다.

마쓰모토 신임 외무장관은 이날 취임식 이후 외무성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일동맹의 심화, 경제 외교를 더욱 진전시키겠다”고 밝혔다고 지지통신이 보도했다. 독도 영유권 문제에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답했다. 미·일 양국의 현안인 미군 후텐마(普天間) 비행장 이전에 관해서는 “오키나와 주민들에게 성의를 다해 설명하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납치, 핵, 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이 성의있는 대응을 보여주면 동일하게 대응한다”면서 마에하라 전 외상이 밝힌 북일 양자대화도 “거부할 일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마쓰모토 장관은 미·일 동맹을 중시하고 북한에 대해 비교적 강경한 견해를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정조회장으로 있던 2007년 2월 15일 일본 정부가 대북지원 불참 방침을 밝히자 “북한에 좀 더 엄하게 대응해도 좋다”면서 “정부는 미국에 더욱 심도있는 대응을 요구해야 한다”고 발언했다는 것이다.

마쓰모토 장관은 민주당 중의원 운영위원장과 정조회장 등을 거쳐 지난해 9월부터 외무차관을 맡았다. 당내에서는 금융과 재정, 안전보장에 밝은 정책통으로 알려져 있다. 민주당 내에서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간사장과 가까운 다루토코 신지(樽床伸二) 의원 그룹으로 분류된다.

마쓰모토 장관은 오는 14일부터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주요 8개국(G8) 외교장관 회담, 19일부터 교토(京都)에서 개최되는 한·중·일 외교장관 회담 등의 빡빡한 외교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중국 언론들은 9일 일제히 “이토 히로부미의 현손(玄孫)이 일본 외무장관을 맡게 됐다”며 마쓰모토 장관의 취임 소식을 보도했다. 중국인들은 대체로 이토 히로부미에 대해 일본의 중국 침략을 이끈 제국주의적 정치가라며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

중국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의 인터넷사이트 환구망(環球網)은 ‘이토 히로부미의 현손이 외무장관을 맡는다. 정치수완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환구망은 “마쓰모토 외무장관은 외교정책통”이라며 “일본 정부가 미·일 동맹관계 강화 등 산적한 외교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인선했다”고 일본 마이니치신문을 인용해 인선 배경을 전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