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시즌 개미들 “CEO, 각오해”
입력 2011-03-09 21:33
12월 결산법인들의 정기주주총회 시즌이 돌아왔다. 유가증권 및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회사 90% 이상의 주총이 이달에 몰려 있다. 때문에 소액주주와 경영진 간 날선 ‘세(勢) 대결’이 주목된다. 소액주주는 찾아볼 수 없고 회사 측 직원이 동원된 ‘거수기’ 주총이 점차 사라지는 대신, 경영진의 잘잘못을 따지며 목소리를 높이는 소액주주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일까지 주총 개최를 공시한 유가증권시장 상장회사 524곳 중 절반 이상(278곳·53.05%)이 오는 18일 정기 주총을 연다. 이어 25일(116곳·22.14%), 11일(50곳·9.54%)에 집중됐다. 코스닥시장 상장회사들도 25일(244곳·41.29%)과 18일(135곳·22.84%)에 몰려 있다.
일단 가장 관심을 끌고 있는 주총은 11일 열리는 현대차, 현대모비스, SK 등의 이사 재선임 안건. 사측이 각각 정몽구 회장, 정의선 부회장, 최태원 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할 예정이지만 소액주주들이 반대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글로비스의 얽힌 지배구조가 주주들의 이익을 해친다’며 정 회장 부자(父子)의 이사 재선임을 반대하고 있다. 앞서 소액주주 14명은 경제개혁연대와 함께 2008년 정 회장 등이 현대모비스, 기아자동차, 글로비스 3개 계열사를 부당 지원하는 등 현대·기아차에 손해를 입혔다며 소송을 내 지난달 826억원을 배상하라는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SK는 과거 분식회계 등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최 회장의 전력 때문에 소액주주의 반발을 사고 있다.
‘장하성 펀드’로 불리는 라자드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는 일찌감치 태광그룹과 대한화섬(주총 18일)에 경영진 퇴진을 비롯해 주식배당과 현금배당 증액을 요구한 상태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소액주주들의 ‘권리 찾기’가 더 적극적이다. 온라인 소액주주 공동체인 네비스탁은 실내 인테리어디자인 업체인 국보디자인(18일) 주총에서 최대주주의 경영권 강화가 목적인 ‘정관 일부 변경’ 안건에 대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할 예정이다. 김정현 네비스탁 대표는 “최대주주의 경영 행태가 공고해지면 비효율적인 의사 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구조조정 전문 사모투자펀드인 서울인베스트도 인선이엔티(30일) 주총에서 지난해 대량 손실을 낸 경영진의 전면 퇴진을 요구할 계획. 소액주주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까지 구성해 소액지분을 결집하고 있다.
CGCG 김선웅 소장은 “코스닥 기업의 경우 부실경영 문제가 잦다 보니 소액주주의 참여도가 높은 편이다. 이에 반해 대기업은 소액주주가 아무리 결집해도 확보할 수 있는 지분이 워낙 미미해 문제제기에 그치는 게 한계”라면서 “그러나 그런 문제제기 자체가 대주주나 경영진에 대한 견제나 감시활동이 돼 향후 주주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압력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