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스캔들’ 파문] “女간첩 대부분이 조작”… 중국 언론 불편한 속내
입력 2011-03-09 18:32
중국 정부는 ‘상하이 스캔들’과 관련해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중국 언론의 보도 태도로 미뤄 그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중국 언론은 9일 이번 사건을 신중히 보도하면서도 불편한 속내를 내비쳤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이날 ‘외교관들, 중국 여간첩에 당해 국가기밀 누설-한국 언론 대대적 보도’ 제목의 기사에서 “상하이 총영사관의 외교관 3명이 중국 여자 1명과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하는 과정에서 국가기밀을 누설했다”는 한국 언론의 보도 내용을 자세히 전했다.
환구시보는 누설된 기밀 중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와 이 대통령 친형인 이상득 의원의 휴대전화번호도 포함돼 있다면서 “이번 추문은 한국을 발칵 뒤집어 놨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또 국민일보 기사를 인용, 중국 내 9개 영사관이 영사업무 담당자들의 사생활을 자체 조사하는 등 잔뜩 긴장한 상태라고 알렸다.
환구시보는 한반도 전문가인 뤼차오(呂超) 랴오닝성 사회과학원 주임의 말을 인용해 덩신밍씨가 간첩일 가능성은 낮다고 전했다. 뤼 주임은 “한국 언론 보도에는 엽기적인 내용이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며 “대통령의 부인이나 친형 전화번호가 흘러 나왔다는 건 언뜻 보면 놀랄 만한 일이지만 별 대단한 정보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뤼 주임은 ‘여간첩 원정화’ 사건을 거론하면서 한국 언론이 이 같은 수법으로 북한간첩 사건을 조작하곤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사건의 배경을 ‘중국 위협론’을 들어 설명했다. 천안함 사건 이후 중국과 한국 국민 사이의 감정이 안 좋아졌기 때문에 한국에선 최근 중국 위협론이 주목받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매체들은 이번 사건의 민감성을 감안한 듯 자사 홈페이지에 환구시보 기사를 그대로 옮기는 수준이다. 검색사이트 시나닷컴은 ‘한국외교관, 중국 여간첩사건 부인’이란 기사를 통해 김정기 전 총영사가 이번 사건이 조작된 것이라고 밝힌 환구시보 보도 내용을 전했다. 중국 최대 검색포털 바이두(百度·Baidu)는 뉴스 초점 코너에 환구시보 기사를 올렸다.
정원교 기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