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스캔들’ 파문] 덩씨, 고의 사고로 H 영사에 접근… H씨 함께 있을 가능성

입력 2011-03-09 22:10

상하이 총영사관 정보 유출 사건이 일파만파로 번지자 사건의 키를 쥐고 있는 중국 여성 덩신밍(鄧新明·33)씨가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캔들 문제로 사직한 법무부의 H(41·퇴직) 전 영사도 현재 중국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져 덩씨와 함께 있을 가능성이 있다.

이번 사건이 외교문제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중국 정부도 관계기관을 동원해 덩씨 신원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덩씨가 중국 공안당국에서 수사를 받고 있다는 얘기도 거론되고 있다.

알려지지 않았던 덩씨의 추가 행각도 속속 밝혀지고 있다. 9일 상하이 총영사관 등에 따르면 덩씨는 H 전 영사와 지난해 5월 상하이 시내 도로에서 자동차 접촉사고가 발생하면서 처음 알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H 전 영사는 당시 비자신청 대리기관 지정을 담당하고 있었다. 우연히 발생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덩씨의 여러 행각을 고려할 때 비자신청 대리기관에 지정되기 위해 사전에 계획했다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덩씨는 최종적으로 대리기관에 지정되지 못했다.

덩씨는 또 상하이 한인사회에서 이권에 개입하며 거액의 수수료를 챙겨온 것으로 전해졌다. 두 정황은 덩씨가 상하이 정·관가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고위층 자제보다는 ‘브로커’라는 설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 때문에 단순 여권 브로커에서 시작한 덩씨가 고위급을 포함한 한국 외교관들과 인맥을 쌓기 시작하자 중국 정보기관이 덩씨를 스파이로 이용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덩씨는 시댁 가족들에게 한국에 올 때마다 청와대에 가서 대통령을 만나 식사를 했다거나, 이 대통령의 상하이 방문 때 자신이 통역을 한 적이 있다는 얘기를 떠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청와대는 “그런 게 사실일 리 있겠느냐”고 일축했다.

덩씨 개인사도 상하이 외교가를 통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덩씨는 1992년 한국으로 유학을 왔으며, 학업을 마친 후 상하이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서 일자리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덩씨는 2001∼2007년 한국 투자기업인 성일무역에서 사장 비서로 일했고, 2008년부터는 화장품 업체인 스킨푸드무역에서 총경리(사장)를 맡아 거액의 자문료를 받아왔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