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인택 통일부 장관 “중동發 재스민 혁명 바람 북한선 기대하기 힘들어”

입력 2011-03-09 21:43


현인택(사진) 통일부 장관이 9일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재스민 혁명’과 같은 변화를 북한에서는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현 장관은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한국국방연구원(KIDA) 주최로 열린 ‘최근 남북관계 현황과 대북정책’ 세미나에서 “중동의 재스민 혁명을 보면서 1980년대 말 동구권이 변화되던 모습이 생각났다”며 “그러나 아쉽게도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부는 혁명의 바람은 북녘 땅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 장관은 “중동만 해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혁명이라고 할 만큼 휴대전화나 각종 인터넷 사이트의 보급이 잘돼 있어 활발한 소통이 이뤄지고 있지만 북한은 그런 소통을 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북한에 평양을 중심으로 40만대 이상의 휴대전화가 보급돼 있지만, 밑으로부터의 혁명과 변화를 일으킬 만한 구조적인 모습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그는 판단했다.

현 장관은 최근 북한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1000t이라도 좋다며 구걸하듯 식량지원을 요청하고 나선 것은 2012년 강성대국 건설 목표를 앞두고 재고량을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지난 정부가 북한에 쌀 40만t, 비료 30만t으로 이는 평균 100만t의 쌀을 지원한 셈이지만 최근 3년간 지원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부족분을 메우기 힘들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 장관은 “강성대국 입성은 이데올로기, 군사, 경제 3가지 측면에서 이뤄진다”며 “이데올로기 면에서는 김일성 왕조의 구축으로 완성됐고 군사적인 면은 핵개발로 완성된다고 보고 있지만 경제적인 면에서만은 미흡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현 장관은 “식량문제는 후계승계 문제가 걸려 있는 문제”라며 “식량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북한이 과연 강성대국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현 장관은 북한이 미국에 식량지원을 요청한 것과 관련, “유엔 기구에서 현재 북한의 식량분배 상황을 조사하고 있으며 조사 결과를 보고 미국 정부가 판단할 문제지만 한·미 간에 긴밀한 논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북한의 식량 생산은 재작년과 비슷한 수준인 410만t쯤으로 올해도 이 정도의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 장관은 올 들어 북한이 보인 평화공세를 보며 ‘데자뷔(기시 현상)’를 본 것 같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북한이 평화공세를 하다 도발을 하는 고전적인 행태를 또다시 시작한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