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금속자원 재활용·회수 기술 부족… 연 4000억 허공으로
입력 2011-03-09 21:09
정보기술(IT) 산업 강국인 우리나라가 폐전기·전자제품에서 금속자원을 재활용하는 기술은 선진국의 50% 수준에 머물러 중국보다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백금 베릴륨 우라늄 티타늄 등 ‘돈이 되는’ 희유금속(稀有金屬·rare metal)의 상용화 및 고순도 기술은 선진국의 20∼3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연간 우리나라에서 버려지는 폐전기·전자제품 내 금속의 가치는 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김광임 선임 연구위원이 최근 펴낸 ‘폐금속자원 재활용 촉진을 위한 제도적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폐금속자원의 재활용률은 35.8%였다. 일본 문부과학성 산하 과학기술진흥기구는 금속 재활용 기술을 일본이 ‘매우 앞섬’, 미국·중국·한국이 ‘앞섬’, 유럽이 ‘뒤처짐’으로 평가했지만 희유금속의 경우 일본 ‘매우 앞섬’, 미국·유럽·중국은 ‘앞섬’, 한국은 ‘매우 뒤처짐’으로 분석했다.
김 위원은 철 등의 금속 부스러기를 일컫는 스크랩 회수기술은 우리나라가 선진국의 80% 수준에 근접하지만 폐제품에서 회수·재활용하는 기술은 40∼50%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우리나라가 전기·전자제품 수출 강국이라는 이미지와 배치된다.
국내에서 추출기술이 부족해 사장된 채 버려지는 희유금속은 2003∼2008년 수입금액이 134%나 급증해 무역수지 악화의 요인이 되고 있다. 2008년의 경우 희유금속 정광(精鑛)과 소재의 국내 수입규모는 125억 달러, 수출은 36억 달러로서 무역역조가 89억 달러에 육박한다. 김 위원은 “폐금속이나 폐전자제품을 중국이나 일본에 수출한 다음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자원으로 다시 구입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2008년 국내에서 버려진 10대 폐전기·전자제품의 경제적 가치는 54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당시 환경부는 폐컴퓨터 값을 대당 2만6170원으로 잡았지만, 지난해 KEI는 7만1388원으로 3배가량 높게 산정했다. 폐TV는 환경부 1만7746원, KEI 4만1966원으로 차이가 났고, 폐휴대전화도 각각 1672원과 2830원으로 달랐다. 이처럼 오른 가치를 반영할 경우 10대 폐전자제품의 총 가치는 지난해 1조원에 육박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이들 폐전자제품 가운데 플라스틱 등 비금속의 가치 30∼40%를 빼더라도 4000억원 안팎의 폐금속 자원이 버려지는 셈이다.
임항 환경전문기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