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고 자식에 짐 되기 싫어 준비없이 맞은 고령사회의 비애… 노인 자살 20년새 5배 급증

입력 2011-03-09 21:23


65세 이상 노인의 자살률이 20년 사이 5배 이상 급증했다.

도시화와 핵가족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사회적으로 고립돼 있고,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노인들이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9일 춘천시 한림대 의과대학 김동현 교수가 최근 한림대 고령사회연구소에서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09년 우리나라 인구 10만명 당 65세 이상 노인 자살자 수는 77명으로 1990년 14.3명에 비해 5.38배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인구 10만명 당 15∼34세 자살자 수가 9.3명에서 23.2명으로 2.49배, 35∼64세 자살자 수가 10.5명에서 35.9명으로 3.41배 늘어난 것보다 크게 높은 수치다.

특히 일본의 노인 자살률이 최근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일본의 인구 10만명당 노인 자살자 수는 2007년 현재 23.8명이다.

우리나라 노인자살률 증가는 소외된 노인들을 끌어안을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조사에서 노인 3명 중 2명(66.4%)은 ‘노후준비가 돼 있지 않아 자녀나 친지·사회단체에 의탁하는 것 외에는 대책이 없다’고 답했다. 스스로 생활비를 마련한다는 응답은 33.6%에 그쳤다.

김 교수는 “노인이 청소년과는 달리 충동적으로 자살을 택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며 “이는 고령화 사회에 대비해 쏟아지고 있는 정부의 다양한 노인 관련 정책들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고 말했다.

그는 “상당수 노인들이 별다른 준비 없이 초고령화 사회를 맞이하는 점을 고려할 때 노인 자살은 사회 붕괴를 초래할 수 있는 재앙이 될 수 있다”며 “‘현대판 고려장’이나 다름없는 노인 자살을 막기 위해 노인 복지 실태 점검하고 이에 따른 근본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춘천=정동원 기자 cd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