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등장’… 손학규 ‘긴장’

입력 2011-03-09 18:56

민주당 김근태 상임고문이 당내 최대 조직인 진보개혁모임 대표를 맡아 정치 일선에 전격 복귀하면서 손학규 당 대표와의 관계 설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 사람 다 원외인사이면서도 공식적·비공식적 당권을 분할하고 있는 조직 수장으로서, 당의 노선과 야권 연대 문제를 놓고 물밑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는 입장이 됐다.

18대 총선 낙선 이후 대외활동을 자제하며 암중모색하던 김 상임고문은 진보개혁모임 대표를 맡겠다고 스스로 나섰다고 한다. 모임 준비위원들은 당초 특정인을 대표로 두지 않고 실질적 의사결정기구인 운영위원회 중심으로 조직을 짜면서 원로급 인사들을 고문으로 위촉하는 방안을 추진했는데, 김 상임고문이 강한 의욕을 보이면서 공동대표 체제가 됐다는 후문이다. 모임 관계자는 9일 “김 상임고문이 어떤 조직의 수장을 맡겠다고 자발적으로 나선 건 처음”이라고 전했다.

그는 진보 노선을 깃발로 내세운 최대 정파의 실질적 좌장으로서, 내년 총선 및 대선에서의 야권 승리를 위한 구심점으로 활동할 계획이다. 본인이 대선에 직접 출마하지 않더라도 ‘킹메이커’로서 복안을 갖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진보개혁모임이 전·현직 의원과 지역위원장 106명으로 구성된 데다 그 어떤 계파보다 노선과 이념에 충실한 조직인 만큼 김 상임고문과 조직이 누구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당권 및 대권주자의 향배가 달라질 수 있다.

김 상임고문의 부상에 손 대표 측이 신경을 쓰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손 대표가 전날 진보개혁모임 창립대회 행사장에서 김 상임고문을 만나 “이제 당내 최대 계파 수장이 되는 것이냐”고 말을 건넨 것에도 은근한 경계심이 깔려 있다는 관측을 낳고 있다. 손 대표 측근은 “당에서 가장 막강한 세력은 GT(김근태 이니셜)계다. 안 그래도 당 조직 곳곳에 GT계가 포진하고 있는데 이번에 매머드급 조직까지 출범해 영향력이 더욱 강화됐다”며 “진보개혁모임이 인물이 아닌 가치를 중심으로 모였다고 해도 본격적인 정치의 계절이 다가오면 목소리를 강하게 내면서 정치세력화하는 수순을 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본래 40년 이상 우정을 다져온 막역지우다. 경기고 61회·서울대 65학번 동기로 작고한 조영래 변호사와 함께 ‘운동권 삼총사’로 불렸다. 사석에서는 서로 “근태야” “학규야”라고 스스럼없이 호칭한다. 그러나 손 대표는 민자당으로, 김 상임고문은 새정치국민회의로 정계에 입문한 이래 갈등을 표출한 적도 몇 차례 있다.

김호경 엄기영 기자 hk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