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스캔들’ 파문] 추가 유출자료는… 경로는… 벗길수록 미스터리
입력 2011-03-09 22:05
중국 여성 덩신밍(鄧新明·33)씨와 접촉한 인사들과 유출된 기밀 내용이 조금씩 밝혀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사건의 전모는 오리무중이다. 덩씨의 정체는 물론, 김정기 전 상하이 총영사의 서랍에 있던 자료가 어떻게 유출됐는지 등 의문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추가 유출 자료 있을까=지금까지 덩씨에게 흘러들어간 것으로 나타난 자료는 이명박 대통령과 수행원들의 상하이 방문 일정, 국내 주요 정·관계 인사 200여명 연락처, 상하이 총영사관 비자발급 현황 등이다. 하지만 덩씨가 2007년 이후 우리 외교관들과 깊은 관계를 맺어 온 점, 덩씨와 접촉한 인사들이 하나둘 늘어나고 있는 점 등을 볼 때 유출된 자료가 더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정보 유출의 정확한 경로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설사 유출자료가 더 있다 해도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정·관계 인사 명단 재작성 누가, 왜 했을까?=김 전 총영사가 보관 중이던 정·관계 인사들 연락처 자료에는 이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 전화번호가 없는데, 유출된 리스트에는 김 여사 전화번호가 있었다. 누군가가 이를 재작성한 것이다. 김 전 총영사는 자신을 음해하는 정보라인에서 정보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재작성했다고 주장하지만, 덩씨가 총영사관 내 ‘제3의 인물’의 도움을 받아 재작성했을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이 문서를 재작성한 인물이 정보 유출의 ‘주범’일 것이라는 점이다.
◇덩씨 남편 J씨 실체는?=덩씨의 한국인 남편 J씨(37)는 이 사건을 공론화시킨 장본인이다. J씨는 지난 1월 덩씨의 이동식저장장치(USB)에 있는 자료를 국무총리실 공직윤리복무관리관실에 제보했다. 그러나 상하이에 진출한 한국기업 주재원으로 알려진 J씨가 어떤 인물인지는 베일에 싸여 있다. 김 전 총영사는 “J씨와 덩씨는 법률혼이고 사실혼 관계는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덩씨는 상하이에서 초호화 빌라에 거주하고 있는 반면, J씨는 서민아파트에 살고 있다.
J씨가 지난해 11월 덩씨와 법무부 소속 H(41) 전 영사와의 불륜 사실을 알고 두 달이 지난 뒤에야 우리 정부 측에 제보한 것도 의문이다. 또 일반인이 알기 힘든 공직자 비리를 다루는 공직윤리복무관리관실을 찍어 제보한 것도 누군가가 뒤에서 ‘코치’ 역할을 했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J씨는 현재 중국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휴대전화는 받지 않고 있는 상태다.
◇상하이 부총영사 침묵, 왜?=김 전 총영사는 자료 유출의 범인으로 국가정보원에서 파견나간 J 상하이 부총영사를 지목하고 있다. 2009년 8월 J씨가 부임하면서 두 사람은 계속 갈등 관계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총영사가 자신이 ‘희생자’라며 연일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는 반면 J 부총영사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는 9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그 문제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 지금은 적절한 시기가 아닌 것 같다”고만 했다.
김 전 총영사의 주장이 황당무계하다면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이 일반적인 반응일 텐데 그는 “사실관계만 확인해 달라”는 수차례의 질문에도 입을 굳게 다물었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