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물가불안 강조 ‘기준금리 인상’ 시그널… ‘5% 성장, 3% 물가’ 사실상 포기
입력 2011-03-09 18:38
갈수록 거세지는 물가 상승 압력에 정부가 손을 들었다. 성장에 찍었던 방점을 지우고 물가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5% 성장, 3% 물가’라는 올해 경제운용 목표를 사실상 포기하는 모양새다.
정부가 물가 불안을 거듭 강조하면서 10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시장금리는 가파르게 오르면서 기준금리 인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입장 변화는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잇단 발언에서 읽혀진다. 윤 장관은 9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수요정책포럼에 강연자로 나서 “물가 불안으로 전반적 불확실성이 높아 우리 경제 회복 흐름이 계속될 수 있을지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윤 장관은 지난 7일 국회 기획재정위에 출석해 “솔직히 지금 물가 상태가 최악이다. 힘든 짐을 내려놓고 싶다”고도 했다.
정부가 핸들을 꺾고 있는 배경에는 예상 밖으로 큰 물가 상승률이 자리 잡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4.5%로 두 달 연속 한국은행의 물가 안정목표 상한선(4%)을 뛰어넘었다. 이 때문에 윤 장관은 지난 2일 물가안정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긴급 소집하기도 했다.
정부는 상당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국제 원자재가격 급등에 따른 공급 충격이 경기회복으로 인한 수요 압력 상승,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확산이라는 ‘악순환의 고리’에 올라탔다고 본다. 윤 장관은 강연에서 “물가 상승은 공급부문 충격에 주로 기인하지만 최근에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와 경기회복에 따른 수요측면 물가 압력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한번 오른 물가는 좀처럼 내려가지 않는다는 점도 걱정이다. ‘만성적 인플레이션’이라는 폭탄의 도화선에 불이 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윤 장관은 “한번 오른 가격은 경제상황이 개선돼도 ‘메뉴비용(menu cost)’ 등으로 쉽게 변경되지 않는다”며 “최근 물가 충격이 인플레이션 심리를 자극해 구조적인 인플레이션으로 고착화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메뉴비용은 한번 메뉴판을 바꾸면 물가가 떨어져도 다시 제작할 때 드는 비용 때문에 가격을 잘 바꾸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기준금리 인상을 용인했다고 해석한다. 이에 따라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는 최근 두 달 동안 0.5% 포인트나 급등했다. 금융투자협회가 115개 기관의 채권 전문가 158명에게 설문한 결과 52.5%가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인상 전망 비율이 지난달 24.1%에서 껑충 뛰었다.
김찬희 고세욱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