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원 사모의 땅끝 일기] 오메∼ 는중이 키우는 재미가 쏠쏠하재라

입력 2011-03-09 18:02


“오메∼ 사모님! 쬐메 뚱뚱해 지시드만 그세 낳아부렀소!(제가 원래 한 뚱뚱몸매 하거든요) 늦둥이 키우는 재미가 쏠쏠하재라.”

“네에∼ 늦둥이 키우는 재미가 쏠쏠하네요. 부러우시면 나라 사랑하는 맘으로 하나 더?”

“오메 오메 사모님 남사시럽게!”

시장 골목으로 손사래를 치며 가시는 이웃 동네 아주머니가 얼마나 정겨운지 모릅니다. 오랜만에 장날 장터에서 만난 사람들은 제가 늦둥이를 낳아 장에 데리고 온 줄로 아실 정도로 우리 은총이와 저는 많이 닮았답니다. 그러고 보니 은총이가 우리 교회로 와서 함께 살게 된 지도 벌써 일 년 하고도 4개월이나 되었네요.

은총이가 온 지 1년 하고 4개월

처음 은총이가 할머니 손에 안겨 제게 올 때가 생후 9개월의 조손가정 아이였습니다. 어찌나 작던지… 피부가 까맣고 머리카락도 거의 없고, 엉덩이는 기저귀 발진으로 빨갛고… 너무나 안쓰러워 보고 있던 우리 아이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흐미! 갓난아기는 원래 다 예쁘드만 워째 이 아기는 요로코롬 징∼하게 못 생겨 부렀다냐. 못 생겨도 못 생겨도 참말로 징하게 못생겼구만 잉∼” 했었지요.

그 당시 제 손에 안겨진 은총이는 9개월이라고는 도저히 생각지 못할 정도로 작았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를 따라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바닷일로 함께 배를 타고 나갔던 은총이. 할머니는 배 위 빨간 다라이(대야) 안에 이불 깔아 은총이를 눕히고, 혹시 파도에 배가 흔들리면 바다에 빠질까 염려되어 은총이 허리에 줄을 매 놓고 일을 했답니다. 9개월 된 아기 중에 우리 은총이보다 배를 많이 타본 아기는 없을 거예요. 그만큼 은총이는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보냈답니다.

은총이는 처음 일주일 동안은 낯설어서 그런지 낮이고 밤이고 잘 울고 특히 검은 옷을 입은 남자만 보면 놀라며 자지러지듯 울었답니다. 우리 모두 은총이와 친해질 때까지는 검은 옷을 입을 수가 없어서 ‘검은 옷 금지령’이 내려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하루하루 지나갈수록 은총이는 완전히 우리 가족이 되어 우유도 잘 먹고 이유식도 잘 먹었습니다. 언니 오빠들 속에서 이 세상 그 어떤 아기가 받았던 사랑보다 더 많은 사랑을 받으며 건강하게 자라주었습니다.

학교에 다녀오면 우리 아이들은 제일 먼저 “사모니임∼” 부르며 제게로 달려오는데 은총이가 온 뒤로는 모두들 “은총아∼우리 은총이 어딨다냐. 워메 이쁜 우리 은총이 이뻐도 이뻐도 요로코롬 이쁠 수가 있다냐. 참말로 징하게 이쁘구마이” 하는 바람에 저는 뒷전이 되어버렸지요.

하긴 저 역시 시장에라도 다녀오면 가장 먼저 은총이를 찾게 되더군요. 지난 1월 12일에 우리 은총이 두 돌잔치를 아이들과 함께 벌였습니다. 떡도 하고 은총이가 좋아하는 케이크도 준비하고 돼지갈비찜이며 잡채, 부침개를 아이들과 함께 만들고 은총이 할머니와 할아버지도 초대해 모두가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참, 은총이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은총이가 우리 교회로 오고 난 후 주일이면 은총이를 보시려고 아침 8시30분이면 교회에 오십니다. 예배드리고 점심도 드시면서 오후 2시 넘어서까지 은총이와 놀다 가신답니다. 은총이가 전도한 거죠.

주님 안에 평안 ‘우리들만의 천국’

사실 은총이가 오면서 저의 삶은 많은 것이 바뀌었습니다.

은총이가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어린 아기가 겪을 수 없는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주님의 사랑 안에 한 가족이 되어 이제는 누구보다 행복하고 사랑받는 귀한 존재가 된 것처럼 저 역시 저의 삶에 주님이 계시지 않았다면 지금의 저는 상상할 수도 없을 거예요.

재잘대고 웃고 노는 우리 아이들을 보면 가슴에서부터 밀려오는 주님의 사랑이 저를 얼마나 행복하게 하는지 모릅니다. 이 행복은 우리 아이들까지 세상이 줄 수도 알 수도 없는 평안과 사랑으로 가득 차게 만들어 지금 땅끝에는 ‘우리들만의 천국’을 만들며 살아가는 땅끝 아름다운교회 아름다운 아이들의 행복한 하루하루가 만들어지고 있답니다.

놀러오세요. 부족한 사모가 올립니다.

김혜원 사모는

국군 장병 아저씨께 편지를 쓴다는 게 그만 사랑에 빠져 아홉 살 연상인 남편 배요섭(현재 전남 해남 땅끝마을 ‘아름다운교회’ 목사)씨와 결혼했다는 김씨. 남편 하나만 보고 서울에서 땅끝마을 송호리로 시집왔다가 땅끝 아이들의 ‘대모’가 돼 버렸다. 교회가 운영하는 땅끝지역아동센터 아이들 50여명의 엄마로 오늘도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을 푼다.

김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