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크리스천 눈에 비친 한국 크리스천… 아내 통성기도 보고 “크레이지?”

입력 2011-03-09 18:19


“신혼 초, 제 아내가 총각 목사님을 정성껏 챙기는 거예요. 식사를 초대했는데 목사님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식사 장소가 불편하진 않는지 등 보통 신경 쓰는 게 아니었어요. 남편 옆에 두고 말이죠. 이건 뭔가 싶더라고요.”

한국인 크리스천 아내를 둔 미국인 크리스천 남편들의 일반적인 푸념이다. 유독 한국인은 목회자를 특별하게 대한다. 신앙 안에서 아버지이자 스승, 선배로 생각하며 감사의 마음을 표한다. 유교적 생활양식까지 더해져 모든 예를 다한다.

“나중에 알았네요. 남편 사랑과 목회자 섬김이 별개라는 걸요. 한국 크리스천들 다 그렇게 하더라고요.”

신앙생활은 이처럼 각국 문화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 그러다 보니 다른 문화가 섞여 있으면 각종 해프닝이 발생한다. 국제 결혼한 크리스천 부부가 그런 경우다. 한국에 사는 두 커플을 지난 6일 서울 이태원동에서 만나 당황했던 에피소드를 들어봤다. 각기 남편은 미국인, 아내는 한국인이다.

고래고래 소리… 하나님께 뭘 따지나

“아내가 통성기도 하는 것 보고 ‘크레이지(미쳤나)’ 생각했어요. ‘주여∼, 주여∼’ 하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데, 하나님께 뭘 따지나 싶더라고요. 하나님은 작게 얘기해도 다 듣는데 굳이 그렇게까지 크게 외쳐야 하는지 싶었고요.”

찰스 멀슨(55)은 점잖고 조용한 스타일이었다. 그는 주로 묵상기도를 했다. 혼자 조용히 하나님과 이야기하는 것이 좋았다. 그래서 처음에는 통성기도에 거부감을 가졌다. 하지만 그는 동화됐다.

“제가 뭐 힘 있나요. 국제결혼 가정도 똑같죠. 그런데 저도 통성으로 기도하다 보니 좋더라고요. 하나님이 더 가까이 계시는 것 같고요.”

멀슨은 미국 텍사스 출신으로 한국에서 14년간 살았다. 미국 군무원으로 일한다. 아내 백지은씨와는 교회에서 만나 결혼했다. 미국에서는 미국 교회를 다녔고, 한국에서는 VCF(Victory Christian Fellowship)에 출석한다. VCF는 국제교회로 미국, 필리핀, 아프리카 등에서 온 외국인과 결혼한 한국인으로 이뤄져 있다.

멀슨은 한국교회 하면 떠오르는 단어로 새벽기도를 꼽았다. “한국인은 하나님을 향한 열망이 강해요. 기도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어요. 특히 새벽기도요. 이를 통해 매일 하나님과 동행하는 것 같아요.”

미국교회에는 새벽기도회가 없다. 주일예배, 수요예배만 드린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미국인은 이때만 크리스천으로 사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도 한국의 새벽기도회에 가진 못한다. 출근시간이 오전 5시 반이다. 하지만 매일 아침 가족들과 기도모임을 갖는다.

목사가 제사상에 절하는 실수

“동감이에요. 한국의 새벽기도 대단해요. 매일 새벽 교회 갔다가 일터로 향하는 한국인에게 경의를 표해요.”

VCF 목사인 앤드루 히라타(52)의 말이다. 일본계 미국인인 그는 하와이 태생으로 1995년부터 한국에서 산다. 그도 미국 군무원이다. 미국은 별도의 직업을 갖고 있는 목사도 많다. VCF는 2002년 시작, 동두천 등 국내 4곳과 필리핀 1곳 등 해외에 지교회를 갖고 있다. 이태원동 VCF에 참석하는 교인이 200여명이다. 외국인 교회로서는 큰 규모다. 서울 이태원동 이태원감리교회의 예배당을 빌려 사용한다. 미국에서는 건물 없이 일정시간 예배장소만 빌려 예배드리는 교회가 많다. 미국의 한인교회가 대부분 이런 식이다.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새벽기도회에 한번 갔어요. 너무 놀랐어요. 교회에 꽉 들어찬 교인들도 그렇고, 이들의 강력한 기도도 그렇고요. 통성기도 할 때는 무슨 일 나는 줄 알았어요.(웃음)”

히라타 목사는 제사상 앞에서 절을 하는 실수도 했었다. “장모님 묘소에 갔을 때였어요. 가족들이 갑자기 한 줄로 서더니 절을 하는 거예요. 장인이 같이 하라고 해서 얼떨결에 절을 했어요. 제 아내는 그것도 알려주지 않고 혼자만 서 있더라고요.”

아내 하지연(가명)씨는 “제가 서 있으면 그냥 계셔야죠. 눈치 없게”라며 웃었다. 히라타 목사는 후에 깊이 회개했다. 하씨는 이름이 촌스럽다며 밝히길 꺼렸다.

피아노까지 팔아 헌금 한국인 아내

개고기에 얽힌 일화도 재미있다. 처가에서 사위 왔다고 개고기를 내놓은 것이다. 개고기를 처음 먹어본 히라타 목사는 “너무 맛있다”고 했고, 이 말이 히라타 목사의 미국인 동생에게 전해졌다. 이후 1년 동안 동생과 ‘의절’했다. 동생은 애견인이다.

히라타 목사는 매주 화요일 저녁 영어 성경공부도 이끈다. 10여명 참석하는 이 모임에는 미국인과 한국인이 반반 나온다. 지난 8일 이 모임에 참석했다. 미국인의 기도하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기도 제목을 나눈 후 기도하자고 하자, 각자 다른 자세를 취했다. 어떤 이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두 손을 의자에 올렸다. 어떤 이는 모임 테이블이 아닌 옆 테이블로 가 앉았다. 어떤 이는 벽 쪽에 서서 기도했다. “어떤 자세로 기도하는지 중요하지 않다. 다만 하나님과 1대 1로 만나기 위해 각자 자리를 잡는 것”이라고 히라타 목사가 설명했다.

그는 “무엇인가 배우려는 학업 열기에도 감명 받는다”면서 “각자 다른 교회를 섬기는 한국인 30여명이 1년간 영어 성경모임에 오간다”고 말했다.

멀슨 부부는 헌금에 대한 인식이 달라 크게 다툴 뻔한 적도 있다고 했다. “미국에서 한인교회를 다닐 때 집에 있는 피아노까지 팔아 건축헌금 했더니 남편이 그것을 이해 못하더라고요.” 멀슨은 “가정 형편에 맞게 헌금하면 되고 없으면 안 하면 되는 거지…”라고 말을 흐렸다.

미국교회도 헌금을 강조한다. 또 많은 교인이 순종한다. 하지만 “한국처럼 기필코 내고자 하는 열정은 없는 것 같다”고 백씨가 말했다. 그는 “이것을 당시 짧은 영어로 이해시키려니까 힘 좀 들었다”고 말하자 멀슨이 웃었다. 백씨는 영어와 한국어를 혼용했다. 한참 영어로 말하다 “아이고, 영어네”라며 한국말로 다시 바꿔 말했다.

미국교회의 목사·사모의 날

미국인 교회에서 배울 점도 들었다. 백씨는 미국인의 철저한 신앙교육을 높이 평가했다. “한국인 부모는 아이가 예배시간에 떠들고 돌아다녀도 그냥 두잖아요. 예배 중에 강대상에 올라가는 아이도 있고요. 미국인은 안 그래요. 두세 살만 돼도 꼼짝없이 앉아 있게 가르쳐요.”

하씨가 말했다. “제발 나이 좀 묻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한국인 교인들은 처음 만나면 무조건 나이부터 물어요. 남편하고 어디서 만났는지 하고요. 그게 뭐 그리 중요한지 말이에요. 하하.” 이 두 아내는 끝내 나이를 밝히지 않았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목회자를 위하는 마음은 어느 곳이나 같았다. 미국의 한 교회에는 ‘목사·사모의 달’이 있다고 했다. “남편 동생네 교회인데요. 교인들이 목회자 가정에 한 달 동안 요리를 만들어 드려요. 식사권도 선물하고 양복도 선물해요.” 하씨 설명이다.

백씨는 이날 인터뷰 내내 히라타 목사를 칭찬했다. ‘설교 내용이 우리 실제 삶과 밀접하다’ ‘사례비는 고사하고 본인이 번 돈으로 선교하고 전도한다’ ‘도와 달라는 한국인 외국인 있으면 무슨 수를 내서라도 도와준다’.

글 전병선 기자·사진 강민석 선임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