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프롤로그] 생명의 봄을 기다립니다
입력 2011-03-09 18:18
‘오랜만에 친구 집을 찾아 하룻밤을 잤습니다. 정성 가득한 아침 밥상 앞에서 넷이서 기도를 하고 수저를 들 때 봄 햇살이 식탁에까지 내려앉습니다. 청바지가 잘 어울렸던 창호, 엠파이어스타일의 치마가 눈부셨던 경희. 햇솜 같은 자식을 낳고 도란도란 사는 것이 너무 예뻐 ‘좋으냐? 나는 닭살인데’하며 웃었는데…경희는 남편 등 뒤에서 목을 껴안습니다.
내외는 토요일이면 가끔 우리집을 방문해 같이 보내다 주일 아침 서울 보문동 교회로 향합니다. 회계를 봐야 하는 창호, 성가대에 서야 하는 경희 둘 다 바쁘지요. 햇솜 같은 자식은 어느새 지 엄마 아빠보다 더 커버렸습니다. 스물 몇 해 전, 장로님이셨던 창호 아버지와 집사이셨던 그 어머니는 원로 장로와 권사가 되셔서 이제는 아들 내외가 예배를 보기 위해 교회에 부지런히 들어서는 것을 지켜보십니다.’
10여 년 전 제 블로그에 쓴 글 한 대목을 그대로 옮겨왔습니다. 30년 우정을 나누는 동창 부부 이야기입니다. 캠퍼스 커플이었지요. 요즘 이 부부 때문에 마음이 괴롭습니다. 경희가 암 투병 중입니다. 몸무게 35㎏이 되어 버린 경희, 그런 아내를 보살피느라 덥수룩한 수염조차 깎지 못하고 지내는 창호. 경희는 자신의 그런 모습을 ‘햇솜 같은 자식’에게 보이기 싫었던지 온 힘을 다해 “엄마 곧 나을 거야. 걱정 마”하면서 하나뿐인 자식을 군대에 보냈습니다. 우리는 중보기도로 그녀가 병마와 싸워 이겨내라고 힘을 보탭니다.
우리는 그 빛나던 젊은날에 만나 결혼과 탄생, 교제와 성장을 함께했습니다. 햇살 같아지는 자식 때문에 배부르고, 느려진 부모의 발걸음을 느끼고 쿵 마음이 무너지며 살아갑니다.
생멸이 하나님의 소관인지라 당신에게 매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눈물 흘리는 자에게 손 내미시는 당신이십니다. ‘눈물의 연평교회’ 교인도, 울 힘조차 없는 경희도…. 생명의 봄을 기다립니다.
전정희 종교기획부장 jh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