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잡지 보그, “시리아 영부인 매력적” 표현 기사 논란
입력 2011-03-08 19:18
중동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가 연일 계속되는 상황에서 패션잡지 보그(Vogue)가 독재국가 중 하나인 시리아의 영부인 아스마 알아사드(35)를 긍정적으로 다룬 기사를 최신호에 게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자 칼럼에서 “보그가 트렌드를 놓쳤다. 중동의 독재자들은 이번 (패션) 시즌에 축출되고 있다”고 썼다.
보그는 지난달 25일 게재한 기사에서 아스마를 ‘가장 참신하고 매력적인 영부인’으로 묘사했다. 팔다리가 가늘고 길어 외적으로 아름다운 데다 스스로 낮출 줄 아는 마음도 가졌다고 칭찬했다. 아스마의 명품 구두와 토트백에 대한 언급도 기사에 포함됐다. 보그는 ‘어둠으로 가득 찬 시리아를 비추는 빛의 요소’라는 다른 잡지의 평가도 인용했다. 기사의 제목은 ‘사막의 장미’였다.
보그는 나아가 시리아 대통령 바샤르 알아사드를 가정적이고 피를 싫어하는 남성으로 그렸다. 대통령이 청바지 차림으로 아이들과 함께 노는 사진을 싣고 ‘가정에서의 일은 민주적 원칙에 따른다’는 아스마의 말을 소개했다.
WSJ는 시리아의 사정은 아사드 가정과 전혀 다르다고 꼬집었다. 1963년부터 실시된 비상사태법 치하에서 민주주의는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유혈사태가 익숙하다는 것이다. 알아사드 일가는 부자 세습을 통해 1971년부터 40년간 권력을 쥐고 있다. WSJ는 “보그가 이런 상황을 왜 무시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르포보다는 ‘홍보’가 기사의 목적인 것 같다”고 비난했다.
보그 홈페이지에도 “시리아 국민에 대한 모독” “쓰레기 같은 기사” 등의 댓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권기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