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자 세무검증’ 변·의협 반발, 세무사회는 느긋… ‘성실신고확인제’ 반응 온도차

입력 2011-03-08 22:52


의사, 변호사 등 고소득 자영업자들의 세금 탈루를 막기 위한 성실신고확인제도(세무검증제도)가 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통과된 데 대해 이해 당사자들은 온도차를 보였다. 변호사협회와 의사협회 등은 거세게 반발하는 반면 세무사회는 수익이 늘 수 있어 다소 느긋한 표정이다.

이 제도는 일정수입 이상 고소득 자영업자들이 소득세 신고를 할 때 세무사나 회계사 등에게 사업소득금액의 적정성 여부를 확인받도록 의무화하고 이행하지 않을 경우 가산세를 물리는 제도다. 부실하게 확인한 세무사 등도 최고 직무정지 등의 징계를 받는다. 10일 율사 출신 의원들이 대거 포진해 있는 법제사법위원회 심의를 앞두고 있어 법안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변호사들은 고소득자를 잠재적 탈세자로 범죄시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헌법상 조세평등주의와 과잉금지 원칙에도 위배된다는 게 변호사 업계의 주장이다.

대한변호사협회 신영무 회장은 8일 “세원의 투명성 확보에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지만 납세의 의무는 모든 국민의 공통된 의무이며 고소득자에게 한하는 의무는 결코 아님을 지적하고자 한다”며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위헌법률심판을 제기하는 등 무효화를 위한 모든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의사협회도 “대부분의 병·의원은 건강보험공단을 통해 진료기록이 남는 만큼 고소득 탈루자는 소수에 그친다”며 제도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세무사들은 지난해 처음 법안 추진 당시 반대하다가 찬성으로 돌아섰다. 성실신고확인제도가 도입되면 세무사들의 업무 영역이 기존의 세무조정 및 기장(장부 작성)대리에서 확대된다. 검증대상 수도 모든 업종으로 확대되면서 1만9000명에서 4만6000명으로 늘었다. 자연스럽게 파이가 커지는 효과를 거둔다. 조용근 전 한국세무사회장은 지난 1월 국세동우회에서 “올해부터 전자세금계산서가 도입되고 매입 매출이 자동화돼 기장용역의 의미가 없어진다”며 이 제도를 일종의 세무사들의 ‘블루오션’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표면적인 기대감과 달리 상당수 일반 세무사들은 불안감과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무사회 박연종 홍보이사는 “지금도 과당경쟁이 이뤄지고 있어 세무검증에 대한 적정보수를 받기 어렵다는 사고가 일반 세무사 회원들 사이에 팽배하다”며 “특히 부실검증에 대한 처벌을 받도록 하는 것은 권리보다 책임만 무거워진다고 생각하는 회원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 기재위에서 민주당 오제세 의원은 “탈세자 근절을 국세청이 해야지, 왜 세무사에게 맡기느냐”면서 “2만명 조직인 국세청이 몇천명 세무사가 하는 일도 못한다는 이야기냐”고 이현동 국세청장에게 따졌다. 이 청장은 이에 대해 “신고단계에서 보다 성실하게 신고하게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며 “성실신고확인제도는 신고과정에서 성실 신고를 높일 수 있는 보완책으로 보고 있다”고 답했다.

이명희 고세욱 노석조 기자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