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에 박힌 大入 자기소개서 불법 복제 심각… 서울대, 표절검색 시스템 도입 ‘베끼다 땅친다’
입력 2011-03-08 22:40
“서울대학교 입학 자기소개서 우수 예문입니다. 5페이지로 구성돼 있으며 서울대 표준양식을 그대로 사용해 알찬 내용으로 구성했습니다.”
지난해 한 온라인 리포트 판매 사이트에 올라온 글의 일부다. 전년도 서울대 합격자의 5페이지짜리 자기소개서 전문이 고스란히 첨부된 이 파일은 2000원에 구입이 가능했고, 구입한 사람도 20명이나 된다.
서울 압구정동이나 대치동, 목동 등에 있는 입시학원에서 입시컨설팅 전문가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1:1 서울대 자기소개서 특강’ 역시 매년 만원을 이루는 인기 강의다. 올해 서울대 인문계열 수시모집에 합격한 김모(19·여)씨는 “지난해 강남의 한 학원에서 자기소개서의 각 항목에 들어가야 할 ‘필수어구’나 ‘기승전결 작성법’ 등을 배웠다”며 “추천서 역시 담임선생님이 아닌 학원 선생님이 써줘서 편리했다”고 말했다.
서울대가 이러한 ‘자기소개서 표절’을 방지하기 위해 2012학년도부터 입학전형서류 표절검색 시스템을 도입한다.
서울대 입학본부 관계자는 8일 “대학에 제출하는 자기소개서·추천서 등을 불법 복제하거나 표절하는 문제가 심각해 이를 효과적으로 가려내고자 표절검색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며 “고교생들이 ‘표절’에 대한 인식을 엄격히 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의 ‘표절’에 대한 민감도는 매우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상임대표 이윤배)가 지난해 12월 9일 ‘세계 반부패의 날’을 맞아 전국 고교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0년 청소년 정직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교생의 77.7%가 ‘숙제를 하면서 인터넷에서 베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자기소개서뿐 아니라 고교생활 중 반복되는 과제에서부터 표절이 일상화된 것이다.
서울대가 도입하는 검색 시스템은 지원자가 제출한 자기소개서와 추천서를 축적된 데이터베이스나 다른 지원자의 서류와 비교해 유사도를 측정하고 표절 여부를 가려낸다. 제출한 자기소개서의 특정 문장을 어느 문서에서 그대로 옮겨왔는지, 얼마나 표절했는지를 구체적 수치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
서울대 관계자는 “학생 스스로 자기소개서를 작성하지 않고 입시전문가들이 가르쳐 준 표준화되고 천편일률적인 문장을 답습할 경우 다른 학생과 유사도가 높게 나와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수시모집에서 논술이 완전히 폐지되는 내년도 입시부터 자기소개서 비중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는 이달 중 업체를 선정해 관련 장비를 설치한 뒤 올해 시작하는 2012학년도 신입생 선발부터 표절검색 시스템을 활용할 계획이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