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은 뛰는데… 카드사 뒤에서 웃는다

입력 2011-03-08 18:39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기름값에 신용카드 업계의 표정이 밝아지고 있다. 유(油)테크를 겨냥해 만든 카드의 발급 실적이 매월 최고치를 갈아 치우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칫 유류카드 수수료 인하라는 유탄을 맞을까 표정 관리에 잔뜩 신경을 쓰고 있다.

8일 신용카드 업계에 따르면 각 카드사의 대표 주유카드의 발급 수는 매월 증가세를 타고 있다. ℓ당 60원에다 가맹 주유소에서는 40원이 추가 할인되는 삼성카드의 ‘카앤모아’는 지난달 말 현재 64만장이 늘어났다. 지난해 3월 출시 이후 꾸준히 올라 올 1∼2월엔 지난해 11∼12월에 비해 8.8% 증가했다.

롯데카드 ‘드라이빙패스’는 지난해 9월 출시하자마자 2000장이 발급됐으나 매월 배가 넘는 실적을 기록하면서 1월 한 달에만 5만장 이상을 늘렸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혜택이 한정돼 있는데도 고유가 덕에 3월 이후에도 카드발급 증가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한카드가 지난해 하반기 선보인 ‘SK오일링’과 ‘GS칼텍스 샤인’도 1월까지 한 달 평균 1만건을 넘나드는 발급 수를 기록했다. 주유 금액의 10%를 깎아 주는 하나SK카드의 ‘터치원’은 출시 8개월만인 3월 현재 25만5000장을 발급했다.

주유 특화 카드의 인기는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소비자들이 정부의 물가 안정 대책에도 연일 오르고 있는 유가를 감당하기 위한 방편 중 하나로 신용카드를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드업계는 이런 카드발급 호조가 마냥 신나지만은 않는다고 엄살을 부리고 있다.

지난달 오강현 대한석유협회장이 “유류세에 대한 카드 수수료를 내리거나 없애면 기름값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며 고유가의 책임 소지를 카드업계 쪽으로 넘기면서 카드사들도 나름대로 고민이 많다는 것이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유류세를 인하해주지 않으니 갑자기 카드수수료에 책임을 전가한 모양새”라면서도 “하지만 이런 왜곡 발언에도 카드사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이유는 긁어 부스럼을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