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부머, 은퇴 코앞인데… 노후대비 저축 월 17만원뿐

입력 2011-03-09 01:21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가 전국 4668명 조사해봤더니…

서울 여의도 한 기업에서 근무하는 중견 간부 조모(48)씨는 1963년생으로 베이비부머(Baby Boomers) ‘막내’다. 정년 7년이 남은 그는 개인연금 저축으로 한 달에 몇 십 만원 붓는 게 은퇴 준비의 전부다.

조씨는 8일 “집 사고 미국 사립 고등학교 1학년인 딸 교육시키다보니 어느 새 은퇴 후를 생각할 때가 됐는데 솔직히 은퇴 준비를 못하고 있다”면서 “걱정은 걱정”이라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조씨의 모습은 한국 베이비부머의 전형이다. 은퇴가 ‘내일 모레’지만 미래를 대비하고 있는 베이비부머는 주변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사실은 마침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가 이날 발표한 ‘한국 베이비부머 연구보고서’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5∼9월 전국 15개 시·도의 베이비부머 4668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은퇴 후 “어떻게 되겠지”가 대세=현재 48세에서 56세인 베이비부머(약 720만명)는 은퇴 후 생활비로 현 가계소득의 55% 수준인 월 211만원은 돼야 빠듯하나마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실제 노후 대비 저축액은 월평균 17만2000원에 그쳤다. 베이비부머 대부분이 지나치게 미래 재무상황을 낙관하고 있는 것이다.

월평균 가계소득은 약 386만원이다. 그러나 전체 생활비의 20% 이상을 자녀 양육·교육비로 사용한다. 은퇴를 준비할 여력이 없는 것이다.

특히 가계자산 중 금융자산은 14.8%뿐이고, 82.4%가 부동산에 치우쳐 있다. 은퇴자금을 위한 금융상품은 보험(10명 중 8명)이 가장 많았고, 국민연금(7∼8명), 예금 또는 적금(6∼7명), 부동산 및 개인연금(4∼5명) 등의 순이었다. 메트라이프생명보험 김대종 마케팅 차장은 “베이비부머들은 내 집 마련이 최우선 과제였기에 주택자산 비중이 전체 가계 평균을 웃도는데 서서히 주식, 펀드투자 등 금융자산 비중을 늘려 은퇴 생활비로 전환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은퇴 준비 절반도 안 해=은퇴를 위해 준비해야 하는 저축이나 투자가 상당히 미흡하거나(30.3%), 아직 시작조차 못하거나(15.8%), 계획이 없다(10.6%)고 응답한 사람이 절반을 넘는다.

특히 이들이 예측하는 은퇴시점은 62.3세인 반면 희망 은퇴시점은 65세로 약 3년의 간극이 있으며, 58%는 65세 이후까지 일하고 싶어 한다.

연구를 맡은 한경혜 서울대 생활과학대 교수는 “한국 베이비부머는 이전 세대에 비해 학력이 높고 자원이 풍부하다”며 “서구나 일본에서 활성화되고 있는 자원봉사활동이나 시간제 근로와 같이 이들의 경험과 자원을 의미 있게 쓰도록 지역사회와 국가, 기업의 연계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베이비부머는 보통 전쟁이나 극심한 경제 침체를 겪은 이후 출산율이 급격하게 높아지는 시기에 태어난 세대를 뜻한다. 한국의 경우 한국전쟁 이후인 1955∼1963년생을 가리킨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