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뿜는 유가… 두바이유 111달러 돌파

입력 2011-03-08 21:48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111달러를 돌파했다. 서울시내에는 한때 ℓ당 휘발유 판매가격이 2300원을 넘어선 주유소가 등장했다. 유가 급등에 정부의 가격 압박은 시장에 전혀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는 7일 거래된 두바이유 현물가격이 111.18달러를 기록했다고 8일 밝혔다. 이 가격은 지난달보다 10.94달러, 지난해 평균가격보다는 33.05달러 높은 것이다.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달 24일 배럴당 110.77달러를 기록한 뒤 110달러 아래로 내려갔다가 이달 들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리비아 내전이 장기화되는 데다 주변 산유국까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되고 있는 탓이다.

하지만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석유공급 증대를 결정하는 임시 총회를 소집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석유수출국기구의 한 고위관계자가 현재 세계석유시장에는 공급이 충분하다고 언급하는 등 증산 가능성은 낮은 상태”라고 말했다.

두바이유 가격 상승은 국내 석유제품 가격 상승과 직결됐다. 가장 비싼 주유소로 유명한 서울 여의도 국회 앞 SK 경일주유소는 8일 오전 보통휘발유를 ℓ당 2305원에 팔았다. 이 주유소는 ‘2300원 돌파’라는 비판을 의식한 듯 오후 들어 가격을 2295원으로 내렸다. 하지만 현재 유가 상승 추이를 감안하면 2300원 재돌파도 시간문제라는 지적이 대다수다.

여의도 GS칼텍스 주유소는 2226원에 판매하는 등 서울 여의도와 강남, 종로 일대 주유소들 가격도 2200원을 넘어섰다. 정유업체 관계자는 “두바이유가 올랐다는 소식에 주유소들이 임의로 가격을 올린 것 같다”며 “유가 급등으로 정유사 공급가격 인상도 불가피한 만큼 당분간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철강 가격 인상도 예정돼 있다. 주요 철강사들도 이달 말쯤 2분기 제품가격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철광석 등 원자재가격 상승분을 자체 흡수하기엔 한계에 달했기 때문이다. 경쟁 관계에 있는 일본과 중국 철강사들이 이미 제품가격을 올린 만큼 가격인상 압박은 더 커지고 있다. 일본 철강사들이 공급받는 철광석 가격은 1분기 t당 136달러에서 2분기에는 t당 170달러 선으로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2분기엔 제품가격이 현실화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물가 문제는 기후 변화와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불가항력적인 측면이 있고 대한민국만이 아니라 세계 모든 나라가 고통을 받고 있다”면서 정부의 물가잡기 노력에 한계가 있음을 시인했다. 이 대통령은 “국민이 불안해하지 않고 안심할 수 있도록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해야 한다”면서 “국무위원들이 현장 방문을 많이 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실효성 있는 정책이 나오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도훈 기자 kinch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