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사들의 상하이 스캔들] 유출 문건 어떤 게 있나…MB 연락처·노무현 발언록 등 줄줄

입력 2011-03-09 00:43

중국 상하이 주재 영사와 내연관계였던 중국 여성 덩모씨(33)씨에게 유출된 자료 중에는 이명박 대통령과 김윤옥 여사의 휴대전화번호 등 국내 유력 정·관계 인사 200여명의 휴대전화번호 등 연락처와 주상하이 총영사관 비상연락망, 비자발급 관련 자료, 외교통상부 인사 관련 문서 등이 포함된 것으로 8일 알려졌다.

덩씨의 파일들에는 한나라당 서울지역 당원협의회 위원장 비상연락망, 2007년 대통령선거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캠프에서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선거대책위원회 비상연락망 등 정부·여당 인사들의 연락처가 빼곡히 기재돼 있다.

특히 현 정부 실세와 여당 의원들의 번호를 사진으로 찍은 자료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엑셀 문서파일까지 발견돼 정부 기밀을 적극적으로 수집해 빼돌렸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사건을 단순한 치정문제로만 국한할 수 없는 구체적인 정황인 것이다.

이런 자료가 어떤 경로로 유출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만일 외국 정보기관에 이들 인사의 휴대전화번호가 넘어갔다면 도청당했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현재 각국의 정보기관들은 휴대전화번호만 알면 도청이 가능할 정도의 기술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MB 선대위 비상연락망’이라는 이름이 붙은 자료에는 이 대통령은 물론 이 대통령의 형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 이재오 특임장관 등의 휴대전화번호가 기재돼 있다. 또 정두언, 장광근, 이춘식, 현경병, 이범래, 김동성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들의 번호도 등장한다. ‘서울지역 당원협의회 위원장 비상연락망’에는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과 박진, 정태근, 권영진, 이혜훈, 강용석(현재 무소속) 의원 등의 번호가 공개돼 있다.

이밖에 덩씨가 보관해 온 것으로 알려진 자료에는 ‘대외보안’이라는 스탬프가 찍힌 ‘주상하이 총영사관 비상연락망(2010년 9월)’과 ‘2008년 사증발급 현황’ 등 비자발급 관련 자료도 상당수 들어 있다.

유출 자료 중에는 한국 외교부 인사와 관련된 문서도 있다. ‘특채 파동과 연평도 혼란에 묻힌 외교부 인사’라는 제목의 파일에는 지난해 9월 유명환 당시 외교부 장관의 딸 특채 파동에 따른 후속 인사가 G20 정상회의 준비와 연평도 포격 사건 수습으로 뒤로 밀렸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 밖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공개 발언록 등 참여정부 인사들과 관련된 문건 다수도 덩씨에게 넘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덩씨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던 H(41) 전 영사를 조사한 뒤 “기밀로 볼 수 없는 영사관 직제표 등 외에는 유출된 게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해명했다.

노석조 기자 stonebir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