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번째 세계 여성의 날… ‘재스민 혁명’ 아랍 여성 깨웠다

입력 2011-03-08 18:26

세계 여성의 날 100주년인 8일 전 세계 각국에서는 여성의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업적을 기리는 행사가 치러졌다.

독일과 아이슬란드, 덴마크, 노르웨이 등 서유럽 선진국은 물론 러시아, 베트남, 카자흐스탄, 잠비아 등 국가에서도 공식 행사가 열렸다. 특히 올해는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휩쓸고 있는 ‘재스민 혁명’ 영향으로 여성 차별의 전통이 강한 이집트,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등 아랍권에서도 여성들의 대규모 행진이 있었다. 이집트의 경우 민주화 시위 중심지였던 수도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에서 여성 수백명이 개헌위원회에서의 여성 참여를 촉구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각국 지도자들도 잇따라 축하 메시지를 내놨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7일(현지시간) 기념사에서 “미국은 여성을 외교정책의 초석으로 계속 만들어 나갈 것”이라면서 “이는 그것이 단지 해야 할 올바른 일일 뿐만 아니라 현명한 일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미 국무부는 이날 ‘여성 100인 이니셔티브’를 발족했다. 올해는 92개국의 영향력 있는 여성 100명이 참여해 여성의 권익 향상과 교류를 위해 머리를 맞댈 예정이다. 국무부는 ‘올해의 용기 있는 국제 여성상’ 수상자로 중앙아시아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된 로자 오툰바예바 키르기스스탄 대통령 등 10명을 선정하고 시상식을 가졌다.

칠레 첫 여성 대통령을 지낸 유엔 여성기구 미첼 바첼레트 사무총장은 7일 기념사에서 “지난 세기 동안 많은 진보에도 불구하고 제1회 여성의 날에 표현됐던 평등에 대한 희망은 아직도 실현이 요원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성인 문맹자의 3분의 2가 여성이며 소녀들의 취학률은 소년들보다 낮고 매일 90초마다 임신이나 출산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여성이 죽고 있다”고 개탄했다.

각종 이벤트 중 남녀평등을 촉구하는 한 단편영화에 ‘007’ 시리즈의 주연 배우 다니엘 크레이그가 여장을 하고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인터넷에 무료 공개된 이 영화는 남성미의 상징인 제임스 본드에게 임금 차별, 강간, 가정폭력 등을 겪는 여성의 입장이 돼 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인권단체 ‘이퀄스(EQUALS)’는 여성의 권리를 위한 운동에 남성들의 참여가 중요하다는 걸 알리기 위해 영화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세계 여성의 날은 1910년 덴마크에서 열린 세계 여성 노동자회의에서 제안돼 이듬해부터 기념일로 지정됐다. 3월 8일로 지정된 것은 1857년과 1908년 3월 8일 미국 뉴욕에서 여성 노동자들이 근무시간 단축, 임금 향상, 투표권 등을 요구하며 대규모 시위를 벌인 데서 기인한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