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국화’ 최성원, 신보 발매… “늙지 않는 내 목소리 ‘진짜 음악’ 보탬 되겠다”
입력 2011-03-08 17:44
한국 록의 전설 ‘들국화’의 베이시스트였던 최성원(57)의 별명은 그의 노래 제목과 같은 ‘어린왕자’다. 그는 데뷔 후 26년 동안 일관되게 낭만적이고 로맨틱한 사랑(‘제주도의 푸른 밤’, ‘매일 그대와’)을 노래했고, 깨끗하고 순수한 세상(‘파란 하늘만’, ‘솔직할 수 있도록’)을 꿈꿨다. 그가 지난 2월 디지털 싱글 앨범 ‘사람의 풍경’을 발표했다. 2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부드럽고 서정적인 목소리는 여전하다.
지난 7일 경기도 안양 예술공원에서 최성원을 만났다. 희끗희끗 보이는 흰머리와 눈가의 주름에서 나이가 엿보였지만, 부드러운 목소리만은 세월이 비켜간 듯 했다.
“원래 목소리도 늙는데 제 것은 늙지 않았다고들 해요. 이번 노래 듣고도 옛날과 똑같다는 반응이 많아요. 요즘도 제가 집에서 전화를 받으면 사람들이 제 아들로 착각하기도 해요. 목소리는 정신을 따라간다는데 어느 시점에 제 정신이 멈췄거든요. 쉽게 말해 철이 덜 들어서 그렇죠(웃음).”
앨범 ‘사람의 풍경’은 전소현 감독의 영화 ‘기타가 웃는다’의 OST다. 언더그라운드 뮤지션과 치매할머니의 우정을 다룬 영화로, ‘그것만은 내 세상’ ‘생각이 나는지’ 등 들국화 노래 다섯 곡이 삽입됐다.
“들국화 시절에 대구MBC에서 라디오 DJ를 하던 전소현 감독이 우리 공연 때마다 찾아오고 팬이라고 하면서 친하게 지냈어요. 전 감독이 재작년에 영화를 만드는데 들국화 노래 좀 달라고 전화가 왔길래 전 감독한테 보답을 할 겸 돈도 안받고 ‘오케이’ 했죠.”
내친 김에 그는 영화에 카메오로도 출연했다. “이왕 도와주는 것 홀딱 벗고 도와주자”는 심정에서다. 그는 “3분짜리 장면인데 두 번 찍었다. 생전 처음 해봤는데, 어렵다기보다는 신기하고 재미가 있었다”며 웃었다.
최성원은 인터뷰 도중 “들국화를 아느냐”, “내 노래는 들어봤냐”고 수차례 물었다. 젊은 사람들이 들국화와 자신을 모른다고 생각하는 듯 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그는 ‘레논 평전’ 추천사를 쓴 사람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12월 추천사에서 “걸그룹의 엉덩이춤이 대중가요의 전부라는 데 동의하지 않는 그대라면”이란 문장이 트위터를 중심으로 확산됐기 때문이다.
그는 들국화의 결성부터 활동, 해체와 재결합을 다룬 책을 구상 중이다. 그 이유를 그는 “아이돌이 판치는 세상에서 희망을 주고 싶기 때문”이라고 했다.
“음악이 뭔지 모르는 예쁜 애들을 ‘한류 주역’이라며 우리나라 음악의 성공 사례인양 치켜세우는 현실에 화가 납니다. 요즘 세시봉 열풍도 음악다운 음악이 없으니 옛날 음악에 열광하는 거 아닐까요.” 그는 ‘진짜 음악’을 하려는 후배들에게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